성장&일잘러문과생이 스타트업에서 전문성을 쌓는 방법

이복연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는 30살 직장인입니다. 일단 ‘기획자’ 직무로 일하고는 있지만 사실 개발 빼고 잡다한 건 다 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체계가 부족하고 좌충우돌하는 게 스타트업이라는 거 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2년 좀 넘게 지나고 보니 지금까지 난 대체 뭘 한 걸까 싶고, 전문성은 1도 쌓이지 않은 것 같아서 현타가 옵니다.

지금이라도 나만의 무기가 될만한 걸 배워야 할까요? 이를테면 코딩 같은 거..?


직무 자체를 바꾸고 싶다면 배우는 걸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문과 출신 직장인(편의상 ‘사무직’이라고 하겠습니다.)으로서 전문성을 쌓고 싶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사무직의 전문성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예능 PD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영석, 김태호 PD 같은 사람들 말이죠.

이분들이 과연 업무 스킬이 뛰어나고 대본, 촬영, 자막 등등 세부적인 작업을 잘해서 예능계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걸까요?

아마도 글은 작가보다 못 쓸 겁니다. 촬영은 카메라 감독들이 훨씬 잘하겠죠. 자막이나 편집도 감각 있는 젊은 PD들이 맡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두 PD가 널리 인정받는 것은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을 짜고 제작 프로세스와 사람들을 조율하며 시청률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무직의 전문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기획, 마케팅, 디자인, 데이터 분석까지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부 업무를 큰 그림을 바탕으로 엮어내는 능력, 그게 바로 사무직의 전문성이죠.

그렇다면 사무직은 어떻게 전문성을 쌓고 인정받아야 할까요?


Step 1. 제네럴리스트 되기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모든 세부 업무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라도 몰라서도 안됩니다.

내가 속한 산업과 시장, 그리고 회사의 프로세스와 직무 지식, 사람에 관해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는 알고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세상에서는 '제네럴리스트'라고 부르죠.

조직과 산업 관점에서 사무직 직장인은 제네럴리스트를 지향해야 하지만, 요즘은 이런 방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AI의 발달이죠.

Chat GPT와 다른 AI 서비스들의 메인화면이 질문창인 것은 퍽 상징적입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 그리고 같은 질문이라도 상황과 디테일 설정에 따라 아웃풋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의미있게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Step 2. 평판 쌓기


직무 지식은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면 잊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각인된 나의 성향, 업무 스타일, 장점과 단점은 쉽게 사라지지 않죠.

회사에서의 하루하루 일상 업무를 수행하며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와 평판을 만듭시다. 누군가 내 주변 사람에게 나에 관해 물었을 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성공입니다.

- “A 씨 말이지? 그사람 추진력 있지.”
- “OO팀 B주임, 일정관리나 커뮤니케이션 진짜 잘해.” 


Step 3. 평판 + Track Record = 새로운 기회


차곡차곡 쌓은 평판이 그동안 거쳐온 부서, 직무 이력(Track Record)과 합쳐지면 ‘평가’가 됩니다. 좋은 평가는 승진이나 이직 오퍼 같은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죠.

이를테면 “C 씨 교육 스타트업에서 기획자였다며? 평판도 괜찮네. 우리 회사 HRD로 데려오면 어때?”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베스트. 사무직으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이 전문성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사무직의 전문성은 단순한 직무 스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1) 넓고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 2) 평판과 Track Record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사무직 전문성의 진짜 의미입니다.


그러니 코딩 배우기 전에 잠깐!(멈춰!)

지금 내가 전체 업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평판을 갖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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