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이직당신이 아직도 적성에 맞는 일을 못찾은 이유

이복연


후배들의 커리어 고민을 듣다 보면 적성에 맞는/ 재미있는/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아직 '내 일'을 못 찾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고민만큼이나 '아직 젊으니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하는 분들도 많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또 틀린 조언이라고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미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경험'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길이 안 보이니 답답한 마음에 고민상담을 하는 게다.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우리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도전과 경험은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걸 계속해서 반복하는건 어딘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1. 경험을 위한 경험의 위험성

이런 상태를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도전하는 '내 모습'에 취하거나 '새로운 것' 그 자체만 좋아한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내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가 주는 짜릿함, 도전하고 배운다는 느낌에 중독되어 버린 탓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썸만 타는 상태랄까.

왠지 내가 이런 것 같다면 자기 관심사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것에 쉽게 눈을 빼앗긴다면 진득하게 레퍼런스를 쌓고 성과를 창출하는데 취약하다는 것도 직시해야 한다.

물론 호기심도 많고 다양한 경험도 있으니 브랜딩이나 마케팅, 혹은 콘텐츠를 담당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은 멋진 카피 한 줄 써내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전체 산업과 시장 상황, 그리고 경쟁 제품/서비스를 이해하고 고객 데이터도 분석하면서 동시에 네트워크와 평판도 계속 쌓아야 한다.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주제나 내용은 바뀌더라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유튜브 한 두달 하다가 갑자기 블로그로 갈아타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뜻이다.

창의성은 경험을 기반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기반으로 집요하게 실행하며 결과물을 내야 인정받는다.

경력이 몇 년이나 쌓였는데도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까지 새로운 것만 좇아온 탓이 크다.

경험을 위한 경험만 하면서 역량도, 평판도, 네트워크도 쌓지 못하고 겉돌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자산을 전혀 축적하지 못한 것인데, 자산이 없으면 레버리지 할 것도 없으니 결국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식으로 커리어를 보내게 되면 주니어 레벨에서야 그다지 큰 문제가 없겠지만 결국 경력이 쌓일수록 기회는 줄어들고 내 에너지도 소모되게 된다.


2. 적성이 아닌 실행의 문제

솔직히 변덕이 심하고 새로운 것만 좋아하는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바꾸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이 하찮게 느껴지고 트렌디한 것, 핫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 같다면 '딱 석 달만 참아보자'와 같이 충동을 조절하자. 다이어트하는 것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일, 나에게 맞는 일은 적성의 문제도 아니고 첫 눈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에 내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으면 애착이 생기고 좋아하게 된다. 잘하게 되고 인정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시간과 마음은 얼마나 쏟아부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3년은 버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계적인 기간이 아니라 밀도로 판단해야 한다. 정말 누가봐도 일에 미친듯이 몰입한 것 같다면 1년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미친듯한 몰입'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주말 출근 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집중의 밀도에 관한 이야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군대를 예로 들어보자. 대한민국 남자라면 본인이 상병이나 병장이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업무는 물론이고 부대 내 역학관계를 손바닥 보듯 꿰뚫어보던 능숙함, 그리고 거기서 오는 일종의 안정감이 단단하게 나를 채우던 시절 말이다.

솔직히 이등병, 일병 시절은 극혐이지만 그 시기를 극복하고 짬이 좀 찼던 시기에 한정한다면 그다지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제대할 때 대대장이 얼마나 잡던지..부사관 추천을 하더라구' 하며 은근슬쩍 군생활 잘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일 그 자체보다는 능숙함을 바탕으로 '나는 유능하다'는 생각이 들면 결국 그 일을 좋아하게 된다는 반증이다.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자기 유능감'이 들 때까지만 버텨보자.

기억하자. 좋아하는 일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실행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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