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들은 '결국 고객이 소비하는 것은 제품보다는 판타지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요즘같이 제품이 넘쳐나고 그 수준 또한 상향평준화된 시대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를 팔더라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퇴사 종용하는 콘텐츠다.
나 또한 퇴사와 이직을 남보다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았고 요르단, 우유니 사막이니 어디로 여행도 다녀봤다.
그렇지만 퇴사 콘텐츠들이 강조하는 '회사를 벗어나서 훌쩍 떠나세요',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으세요' 같은 메시지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다.
휴식과 리프레시는 될 수 있겠지만 도대체 나의 꿈과 자아를 찾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그런 방식으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뿐더러 굳이 퇴사가 아니라도 언젠가 자기 길을 찾을 사람들이다.
퇴사는 커리어의 내 커리어의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퇴사와 자아 찾기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함으로써 판타지만 극대화하는 셈이다. 그저 콘텐츠 장사를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퇴사 콘텐츠를 최악의 판타지 장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차피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직장인 대부분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단순히 속 시원하고 대리만족을 느끼지만 결국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자괴감만 심해진다.
과감하게 퇴사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에 공방을 오픈해서 월 n,000만 원을 벌고 있다는 누군가와 아직 사무실에 있는 나를 비교하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꾸준히 쌓이는 일상보다는 먼 곳에 있는 특별함이 간절해진다. 내 생활이 주체성 없어 보이고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내 목표도 퇴사가 된다.
퇴사하고 훌쩍 떠나는 건 그냥 여행이나 휴식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자아 실현과는 무관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아는 대부분의 퇴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꿈을 실현하면서 자유롭고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은 과연 정말로 멋지고 화려하게만 살고 있는 걸까?
내 커리어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뒷감당도 내가 해야 한다. 퇴사는 판타지가 아니다.
Alex 코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현대카드/캐피탈 브랜드 매니저, 두산인프라코어 마케팅 파트장, 브랜드 메이저 전략 컨설팅, ST Unitas 본부장
저서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퇴사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마케터들은 '결국 고객이 소비하는 것은 제품보다는 판타지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요즘같이 제품이 넘쳐나고 그 수준 또한 상향평준화된 시대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를 팔더라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퇴사 종용하는 콘텐츠다.
나 또한 퇴사와 이직을 남보다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았고 요르단, 우유니 사막이니 어디로 여행도 다녀봤다.
그렇지만 퇴사 콘텐츠들이 강조하는 '회사를 벗어나서 훌쩍 떠나세요',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으세요' 같은 메시지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다.
휴식과 리프레시는 될 수 있겠지만 도대체 나의 꿈과 자아를 찾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그런 방식으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뿐더러 굳이 퇴사가 아니라도 언젠가 자기 길을 찾을 사람들이다.
퇴사는 커리어의 내 커리어의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퇴사와 자아 찾기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함으로써 판타지만 극대화하는 셈이다. 그저 콘텐츠 장사를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퇴사 콘텐츠를 최악의 판타지 장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차피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직장인 대부분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단순히 속 시원하고 대리만족을 느끼지만 결국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자괴감만 심해진다.
과감하게 퇴사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에 공방을 오픈해서 월 n,000만 원을 벌고 있다는 누군가와 아직 사무실에 있는 나를 비교하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꾸준히 쌓이는 일상보다는 먼 곳에 있는 특별함이 간절해진다. 내 생활이 주체성 없어 보이고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내 목표도 퇴사가 된다.
퇴사하고 훌쩍 떠나는 건 그냥 여행이나 휴식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자아 실현과는 무관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아는 대부분의 퇴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꿈을 실현하면서 자유롭고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은 과연 정말로 멋지고 화려하게만 살고 있는 걸까?
내 커리어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뒷감당도 내가 해야 한다. 퇴사는 판타지가 아니다.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