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다양한 회사의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글로벌 기업 등등 소속된 조직이 다양한 만큼, 이메일, 통화, Zoom, 대면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한다.
그러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당황스러운 경우를 마주친다. 대부분이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에 관련된 것들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알아먹고 팔로업만 잘되면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 매너는 타인으로 하여금 내가 속한 조직의 수준과 내 업무 수행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를 안(못)지키는 사람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일못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아래 사항만 잘 지켜도 어디가서 손가락질은 안 당한다는 말.
1. 메일 보낼 때 : 제목란에는 제목만 적자.
굳이 이걸 이렇게 글로 풀어야 한다는게 나로서도 현타가 오는데, 생각보다 제목에 제목 안 적는 사람들 많다.
'안녕하세요, A사 기업문화 담당자 김OO입니'
아직 기억난다. 몇 해 전에 받은 이메일인데, 제목란에 이렇게 구구절절 본문이 적혀있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메일을 쓰는 것도, 이런 메일이 외부로 나간다는게 매우 놀라웠다.
신입이라고 해도 이렇게 메일을 쓰면 안된다. 사수나 상사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같은 수준이거나.
제목에는 제목만 적어야 한다. 그렇다고 제목만 딱 적지 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메일 제목 형식은 아래와 같다.
[소속회사 or 팀명] 메일을 보내는 용건, 목적 (예시 - [미매뉴얼] 4/19(월) 대관요청의 건)
2. 메일 회신할 때 : 무조건 '전체 답장'이다.
받은 메일에 답장을 보낼 때는 반드시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슬랙이나 카톡으로 하면 될 말을 굳이 이메일로 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무 진행상황을 이해관계자(주로 상사..)에게 공유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메일 기능이 바로 CC(참조,Carbon Copy)다.
상황 공유, 증거같은 말들이 조금 딱딱한데, 주니어 관점에서 CC의 의미를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제 벌어지면 팀장님한테 토스할테니까 저 하는거 잘 봐주세여.."라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바로 메일함을 살펴봐라. CC가 걸린 메일이 아마 90% 이상일 것이다. 이말인 즉슨, 나와 상대방 이외에도 커뮤니케이션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CC되어서 온 메일은 반드시 CC된 상태로, 그러니까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대기업에서도 이거 안 지키는 사람 생각보다 많다. 아니 그냥 '답장'버튼을 쓰지 마라. 모든 메일을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3. 유선 커뮤니케이션 : 전화오면 전화 받자.
'전화 포비아'라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포비아(Phoboia, 공포증)'란 특정한 상황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일종의 불안장애를 뜻한다.
개인이 느끼는 모든 괴로움, 어려움은 당연히 존중받야 마땅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전화 포비아는 조금은 결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전화'포비아라면 전화 그 자체, 그리고 전화를 받아야 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공포심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 전화'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는 포비아가 아니라 '숙련도'의 문제가 아닐까.(물론 회사 전화에 대해서도 포비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준이라면 회사보다는 병원을 먼저 가야 할 것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전화 받는거 겁 안낸 사람 아무도 없다. 누구나 주니어 시절에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무서웠다. 전화 받으면 목소리부터 떨리고, 끊고 나서도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누구나 그랬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처음에는 보조바퀴를 달아도 뒤뚱뒤뚱한다. 아빠가 잡아주지만 결국 넘어져서 무릎을 깨먹는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어느날 혼자 달릴 수 있게 된다. 따뜻한 봄날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탈 정도로 익숙해지고 즐기게 된다.
비즈니스 맥락에서는 메신저, 문자, 메일, 전화, 대면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벌어진다. 내가 주도권을 쥐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수단에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이건 갑을의 이슈도 아니고 공정/불공정 문제도 아니다. 그저 사회생활의 룰이고 직장인의 공통 언어일 뿐이다. 미국에 가면 영어를 쓰고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어를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욕에서 나는 영어 포비아니까 영어로 말 걸지 말라고 할 건가.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합의된 룰에 따르려는 노력을 하자.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전화벨이 울리면 일단 종이와 펜부터 준비하자. 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의 문의가 내가 아는 문제라면 답변을 하면 된다. 정리가 안 된다면 한 템포 쉬는 것도 방법이다. 연락처 남겨주시면 30분 뒤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둘러대도 괜찮다.
상대방의 문의 내용에 답변하기 힘들거나,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면 일단 용건을 남겨달라고 하자. 그리고 상대방의 소속과 직급, 이름, 연락처, 그리고 용건을 싹 다 쓰자. 그리고 사수에게 물어보자.
전화 받고 받아쓰기만 잘 해도 70점은 한 셈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한 번 해보자.
4. 핵심 원칙 : 사전에 의견을 가지고 커뮤하자.
무작정 요청부터 하고 메일부터 날리기 전에 최소한의 의견, 가이드라인은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자.
회의할 때는 이슈에 관해 미리 파악하고 자기 의견은 어느 정도 정리 하고 회의에 임해야 하고, 유관 부서에 협업을 부탁할 때는 목적이나 기간, 구체적인 요구 사항 등에 관해서는 정리하고 컨택해야 한다.
리서치를 했으면 리서치 장표만 던질 것이 아니라 요약과 시사점을 최상단에 정리해야 한다. Executive Summary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결국 이슈에 관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일을 진행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자기 의견 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일 할 준비가 전혀 안되었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회사원 D
- 7년차 직장인, 스타트업 기획자
- 주니어 시절부터 좌충우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 SNS : Instagram
업무상 다양한 회사의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글로벌 기업 등등 소속된 조직이 다양한 만큼, 이메일, 통화, Zoom, 대면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한다.
그러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당황스러운 경우를 마주친다. 대부분이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에 관련된 것들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알아먹고 팔로업만 잘되면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 매너는 타인으로 하여금 내가 속한 조직의 수준과 내 업무 수행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를 안(못)지키는 사람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일못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아래 사항만 잘 지켜도 어디가서 손가락질은 안 당한다는 말.
1. 메일 보낼 때 : 제목란에는 제목만 적자.
굳이 이걸 이렇게 글로 풀어야 한다는게 나로서도 현타가 오는데, 생각보다 제목에 제목 안 적는 사람들 많다.
'안녕하세요, A사 기업문화 담당자 김OO입니'
아직 기억난다. 몇 해 전에 받은 이메일인데, 제목란에 이렇게 구구절절 본문이 적혀있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메일을 쓰는 것도, 이런 메일이 외부로 나간다는게 매우 놀라웠다.
신입이라고 해도 이렇게 메일을 쓰면 안된다. 사수나 상사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같은 수준이거나.
제목에는 제목만 적어야 한다. 그렇다고 제목만 딱 적지 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메일 제목 형식은 아래와 같다.
[소속회사 or 팀명] 메일을 보내는 용건, 목적 (예시 - [미매뉴얼] 4/19(월) 대관요청의 건)
2. 메일 회신할 때 : 무조건 '전체 답장'이다.
받은 메일에 답장을 보낼 때는 반드시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슬랙이나 카톡으로 하면 될 말을 굳이 이메일로 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무 진행상황을 이해관계자(주로 상사..)에게 공유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메일 기능이 바로 CC(참조,Carbon Copy)다.
상황 공유, 증거같은 말들이 조금 딱딱한데, 주니어 관점에서 CC의 의미를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제 벌어지면 팀장님한테 토스할테니까 저 하는거 잘 봐주세여.."라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바로 메일함을 살펴봐라. CC가 걸린 메일이 아마 90% 이상일 것이다. 이말인 즉슨, 나와 상대방 이외에도 커뮤니케이션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CC되어서 온 메일은 반드시 CC된 상태로, 그러니까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대기업에서도 이거 안 지키는 사람 생각보다 많다. 아니 그냥 '답장'버튼을 쓰지 마라. 모든 메일을 '전체답장'으로 회신하자.
3. 유선 커뮤니케이션 : 전화오면 전화 받자.
'전화 포비아'라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포비아(Phoboia, 공포증)'란 특정한 상황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일종의 불안장애를 뜻한다.
개인이 느끼는 모든 괴로움, 어려움은 당연히 존중받야 마땅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전화 포비아는 조금은 결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전화'포비아라면 전화 그 자체, 그리고 전화를 받아야 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공포심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 전화'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는 포비아가 아니라 '숙련도'의 문제가 아닐까.(물론 회사 전화에 대해서도 포비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준이라면 회사보다는 병원을 먼저 가야 할 것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전화 받는거 겁 안낸 사람 아무도 없다. 누구나 주니어 시절에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무서웠다. 전화 받으면 목소리부터 떨리고, 끊고 나서도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누구나 그랬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처음에는 보조바퀴를 달아도 뒤뚱뒤뚱한다. 아빠가 잡아주지만 결국 넘어져서 무릎을 깨먹는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어느날 혼자 달릴 수 있게 된다. 따뜻한 봄날에는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탈 정도로 익숙해지고 즐기게 된다.
비즈니스 맥락에서는 메신저, 문자, 메일, 전화, 대면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벌어진다. 내가 주도권을 쥐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수단에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이건 갑을의 이슈도 아니고 공정/불공정 문제도 아니다. 그저 사회생활의 룰이고 직장인의 공통 언어일 뿐이다. 미국에 가면 영어를 쓰고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어를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욕에서 나는 영어 포비아니까 영어로 말 걸지 말라고 할 건가.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합의된 룰에 따르려는 노력을 하자.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전화벨이 울리면 일단 종이와 펜부터 준비하자. 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의 문의가 내가 아는 문제라면 답변을 하면 된다. 정리가 안 된다면 한 템포 쉬는 것도 방법이다. 연락처 남겨주시면 30분 뒤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둘러대도 괜찮다.
상대방의 문의 내용에 답변하기 힘들거나,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면 일단 용건을 남겨달라고 하자. 그리고 상대방의 소속과 직급, 이름, 연락처, 그리고 용건을 싹 다 쓰자. 그리고 사수에게 물어보자.
전화 받고 받아쓰기만 잘 해도 70점은 한 셈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한 번 해보자.
4. 핵심 원칙 : 사전에 의견을 가지고 커뮤하자.
무작정 요청부터 하고 메일부터 날리기 전에 최소한의 의견, 가이드라인은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자.
회의할 때는 이슈에 관해 미리 파악하고 자기 의견은 어느 정도 정리 하고 회의에 임해야 하고, 유관 부서에 협업을 부탁할 때는 목적이나 기간, 구체적인 요구 사항 등에 관해서는 정리하고 컨택해야 한다.
리서치를 했으면 리서치 장표만 던질 것이 아니라 요약과 시사점을 최상단에 정리해야 한다. Executive Summary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결국 이슈에 관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일을 진행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자기 의견 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일 할 준비가 전혀 안되었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