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산, 그리고 원가율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분류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Asset Heavy 모델인데 매출 규모에 비해 설비, 시설, 토지, 그리고 특허나 각종 무형 자산을 크게 가져가야 사업이 굴러가는 경우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특허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설계 분야의 업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 기기가 많이 필요한 기술 관련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Asset Light로 당좌나 재고 이외의 유무형 자산을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는 모델이다. 플랫폼이나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둘을 다시 손익계산서상 원가율에 따라 나눠보자. 원가율이 매출액의 20~30%를 초과하는 고원가형 모델과 1~2% 수준의 저원가형 모델이 있다.
생활용품 판매 기업인데 제조는 OEM으로, 판매는 온라인으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자산이 별로 없을 것이고 아무래도 외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가율은 높을 가능성이 크다. Asset Light + 고원가형 모델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스페셜티 원두를 로스팅 및 포장해서 B2B로 판매하는 기업을 예로 들자면 로스팅을 위한 설비의 비중이 클 것이고 재고도 많아서 매출액에 비해 자산이 클 것이다. 게다가 B2B 판매이니 원가율도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Asset Heavy + 고원가형 모델이다.
반면에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라면 자산도 딱히 없을 뿐더러 직접 판매도 안하니까 원가라고 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현금은 인건비나 마케팅에 투자한다. Asset Light에 저원가형 모델이다. 이처럼 일정 기준에 따라 각 사업을 나눠볼 수 있다.
2.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자금 조달, 성장 방식
그럼 각 기업 유형별로 투자금은 어떻게 쓰게 될까? Asset Light에 저원가형 모델인 경우 외부 투자금은 자산(특히 비유동자산)으로 가지 않고 전적으로 인건비나 마케팅같은 휘발성 강한 비용 항목에 투입된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콘텐츠나 모바일 서비스와 같은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려면 마케팅이나 인건비에 돈을 쓰면 매출이 바로바로 늘어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논리에서는 잠재 시장의 크기나 경쟁 상황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자산이 없으므로 구성원의 잠재력이나 브랜드 파워 등 비재무적인 요소라도 있어야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
투자금이 바로 고객과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작동만 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투자자들에게는 한 방의 꿈을 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Heavy Asset에 고원가형 업종을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는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한 초기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자산을 많이 쌓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기업은 VC 입장에서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유형과는 달리 투자금이 일단 자산으로 투입되고 이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어야 매출이 늘어난다는, 일종의 한 쿠션 더 먹고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로 성과가 나오는게 아니라 일단 자산부터 만들고 써봐야 아는뎁쇼..라고 하면 좋아할 투자자 없지.
그래서 자산이 많고 원가율 높은 업종들은 외부 투자보다는 부채에 의존하는 소위 'Dept financing'을 하게 된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므로 어느 정도만 자리 잡으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부채를 착실하게 갚으면서 성장할 수 있고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수익 역시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이렇게만 풀리면 증시 상장을 노리거나 PE 등에게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국내 많은 식품사나 오프라인 매장 운영 업체들이 모두 PE 매각을 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이런 업체들의 특징이 바로 업력이 오래되었다는 점인데, 초기 자산 투자와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 발생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업력이 최소 10년은 가뿐히 넘게 된다.
3. 재무제표를 제대로 들여다 본다는 것
재무제표를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이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이 얼마고 몇 년 동안 얼마가 늘었다' 정도만 확인하게 된다.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만 보는 것인데,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춘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한 사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재무제표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타사의 재무제표를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어떤 선택을 왜 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추적하다보면 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거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1)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전체, 특히 재무상태표를 최소한 3년치를 들여다보면서 2) 해당 기업의 주요 자산, 채무 및 자본의 구성 변화를 당해년은 물론이고 이후의 매출 및 비용 변화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3) 손익계산서와 연결해서 살펴보면 비로소 그 기업이 보인다. 경영진이 시장에서 어떤 요소에 주목했는지, 그리고 무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그 돈을 어디에 투입했는지, 그래서 어떤 성과를 왜 얻게 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망한 기업이라면 왜 망했는지까지.
그 다음에는 재무제표를 살펴본 시기 전후의 관련 뉴스, CEO 인터뷰 등을 찾아보면 기업의 모습이 좀 더 뚜렷해진다. 경영자가 가진 전략, 전략의 실행, 시장 반응, 투자자 설득 논리, BM의 장점과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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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 자산의 경중 및 세부 구성, 매출 및 수익 창출 규모, 성장율 및 시점,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이에 따라 외부 투자 유치 여부, 투자자 설득 논리도 달라진다.
남들과 같은 업종이지만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우리에게 남들과 다른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속한 업종의 평균에 비춰 우리 회사를 판단할 수 밖엔 없으니 말이다.
경영자가 재무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이 맥락을 따라가고 싶다면 재무제표에서 단순히 손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라운지 A/S]는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보태고 싶은 이야기, 혹은 참가자 분들의 질문에 더욱 깊은 답변을 드리고 싶을 때 쓰는 카테고리입니다. 세미나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1. 자산, 그리고 원가율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분류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Asset Heavy 모델인데 매출 규모에 비해 설비, 시설, 토지, 그리고 특허나 각종 무형 자산을 크게 가져가야 사업이 굴러가는 경우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특허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설계 분야의 업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 기기가 많이 필요한 기술 관련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Asset Light로 당좌나 재고 이외의 유무형 자산을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는 모델이다. 플랫폼이나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둘을 다시 손익계산서상 원가율에 따라 나눠보자. 원가율이 매출액의 20~30%를 초과하는 고원가형 모델과 1~2% 수준의 저원가형 모델이 있다.
생활용품 판매 기업인데 제조는 OEM으로, 판매는 온라인으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자산이 별로 없을 것이고 아무래도 외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가율은 높을 가능성이 크다. Asset Light + 고원가형 모델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스페셜티 원두를 로스팅 및 포장해서 B2B로 판매하는 기업을 예로 들자면 로스팅을 위한 설비의 비중이 클 것이고 재고도 많아서 매출액에 비해 자산이 클 것이다. 게다가 B2B 판매이니 원가율도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Asset Heavy + 고원가형 모델이다.
반면에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라면 자산도 딱히 없을 뿐더러 직접 판매도 안하니까 원가라고 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현금은 인건비나 마케팅에 투자한다. Asset Light에 저원가형 모델이다. 이처럼 일정 기준에 따라 각 사업을 나눠볼 수 있다.
2.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자금 조달, 성장 방식
그럼 각 기업 유형별로 투자금은 어떻게 쓰게 될까? Asset Light에 저원가형 모델인 경우 외부 투자금은 자산(특히 비유동자산)으로 가지 않고 전적으로 인건비나 마케팅같은 휘발성 강한 비용 항목에 투입된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콘텐츠나 모바일 서비스와 같은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려면 마케팅이나 인건비에 돈을 쓰면 매출이 바로바로 늘어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논리에서는 잠재 시장의 크기나 경쟁 상황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자산이 없으므로 구성원의 잠재력이나 브랜드 파워 등 비재무적인 요소라도 있어야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
투자금이 바로 고객과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작동만 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투자자들에게는 한 방의 꿈을 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Heavy Asset에 고원가형 업종을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가는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한 초기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자산을 많이 쌓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기업은 VC 입장에서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유형과는 달리 투자금이 일단 자산으로 투입되고 이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어야 매출이 늘어난다는, 일종의 한 쿠션 더 먹고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로 성과가 나오는게 아니라 일단 자산부터 만들고 써봐야 아는뎁쇼..라고 하면 좋아할 투자자 없지.
그래서 자산이 많고 원가율 높은 업종들은 외부 투자보다는 부채에 의존하는 소위 'Dept financing'을 하게 된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므로 어느 정도만 자리 잡으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부채를 착실하게 갚으면서 성장할 수 있고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수익 역시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이렇게만 풀리면 증시 상장을 노리거나 PE 등에게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국내 많은 식품사나 오프라인 매장 운영 업체들이 모두 PE 매각을 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이런 업체들의 특징이 바로 업력이 오래되었다는 점인데, 초기 자산 투자와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 발생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업력이 최소 10년은 가뿐히 넘게 된다.
3. 재무제표를 제대로 들여다 본다는 것
재무제표를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이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이 얼마고 몇 년 동안 얼마가 늘었다' 정도만 확인하게 된다.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만 보는 것인데,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춘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한 사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재무제표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타사의 재무제표를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어떤 선택을 왜 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추적하다보면 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거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1)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전체, 특히 재무상태표를 최소한 3년치를 들여다보면서 2) 해당 기업의 주요 자산, 채무 및 자본의 구성 변화를 당해년은 물론이고 이후의 매출 및 비용 변화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3) 손익계산서와 연결해서 살펴보면 비로소 그 기업이 보인다. 경영진이 시장에서 어떤 요소에 주목했는지, 그리고 무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그 돈을 어디에 투입했는지, 그래서 어떤 성과를 왜 얻게 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망한 기업이라면 왜 망했는지까지.
그 다음에는 재무제표를 살펴본 시기 전후의 관련 뉴스, CEO 인터뷰 등을 찾아보면 기업의 모습이 좀 더 뚜렷해진다. 경영자가 가진 전략, 전략의 실행, 시장 반응, 투자자 설득 논리, BM의 장점과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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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남들과 같은 업종이지만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우리에게 남들과 다른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속한 업종의 평균에 비춰 우리 회사를 판단할 수 밖엔 없으니 말이다.
경영자가 재무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이 맥락을 따라가고 싶다면 재무제표에서 단순히 손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라운지 A/S]는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보태고 싶은 이야기, 혹은 참가자 분들의 질문에 더욱 깊은 답변을 드리고 싶을 때 쓰는 카테고리입니다. 세미나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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