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뉴얼 🚀 

꼭 알아야 할 경영 지식부터 조직관리, 전략, 창업과 인사이트까지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매뉴얼을 확인해보세요! 

인사이트[예능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전략] 4.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란

사실 존박이 탑급 연예인은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노래 몇 곡과 적당한 인지도를 가진 솔로가수다. 애매하다면 애매한 입지이다보니 엉뚱하게도 예능에서 '나사빠진 교포' 느낌으로 소모가 되었고 내 인식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존박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뀐 계기가 있었다. 이연복 쉐프와 출연한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면서다.

미국에서 푸드트럭을 하는데, 존박의 홀 서빙 능력은 탁월함 그 자체였다. 우선 존박이 학창시절 미국에서 이런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것 이외에도 주목할 요소들이 몇 있었다.


1. 고수의 문제 해결 방법


우선 Trouble shooting이다. 음식점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진다. 갑자기 손님이 몰린다거나, 재료가 떨어진다거나, 포장 준비가 안 되었는데 포장 주문이 들어온다거나, 심지어 노점인데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초보들은 멘탈이 나가서 허둥지둥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결국 사장이 나서고 나서야 해결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상황 자체를 isolation 시켜서 문제 확산을 방지하는 형태의 접근법을 취한다.

재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품절' 공지를 하고 고객의 무리한 요구는 '죄송하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대응하는데, 나쁘지 않은 방식이지만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고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고객의 관심을 다른 제품으로 유도하거나 다시 방문할 이유를 제공한다. 아니면 만족도를 높여서 주변에 입소문을 낼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존박은 그야말로 고수였다. 재료가 소진된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다른 메뉴를, 그것도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제안한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재료 소진 상황을 살펴보면서 대안으로 제시할 메뉴를 미리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닥친 일만 하지 않고 전체 맥락을 인지하며 적절한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뜻. (아니면 순발력이 엄청난 거고. 어느 쪽이든 보통은 아니다.)

고객이 메뉴 선택을 헤맬 때는 복잡한 설명 대신 '나라면 이걸 하겠다'고 센스있게 영업하고, 음식이 부족하게 나갔을 때는 정량보다 많이 담아서 불만을 잠재운다. 소위 'up sell'과  'cross sell'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셈이다.


2. 실무자로서 적절한 의견 제시


두 번째는 개선 의견의 제시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존박은 명확한 문제 제기를 통해 경영자가 개선점을 찾아내도록 돕는다.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경영자가 고민할 때 옆에서 대안을 가볍게 제안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푸드트럭을 운영할 때는 들어온 주문서의 배치를 바꾼다거나 나폴리에서는 다방 커피를 뺄 것을 제안했다. 경영자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워딩 그 자체보다는 지시의 취지가 중요한데, 존박은 실무자로서 그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훌륭하게 수행한다. 


3. 자존감과 정신적 안정감


마지막으로 드러나는 존박의 장점은 바로 자존감과 정신적 안정감이다.

기본적으로 고객들에게 친절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호들갑 떨지도 않지만 무뚝뚝하지도 않다. 짦고 간결하게 응대하지만 통상적인 범위 내라서 상대방에게 쌀쌀맞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며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실망스러운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진짜 장사도 아니고 생계가 달린 것도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사람 자체에게 기본적인 자존감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자존감과 안정감은 자기 일에 대해 성실하게 임하는, '삶과 일상에 관해 당당한'사람이 가지는 특유의 태도다.  


4.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찾는 방법


존박에 대한 찬양론을 쓰려는 것은 아니니 이제 슬슬 우리가 배울 점을 생각해보자. 스타트업에서 이런 인재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펙 이면에 가려진 이런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백그라운드와 스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 채용이라고 해도 아주 높은 확률로 충분한 스펙만 가진 사람을 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가능성 높은 방법은 '추천'과 '경험이다. 주로 테크 스타트업에서 많이 보이는데, 개발진부터 기획자까지 모두 같은 학교, 또는 동아리 출신인 경우가 많다. 처음 한 명을 데려오기가 어렵지 일단 구해지면 그 다음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조조가 순욱을 채용하자 순욱이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을 다 데려온 것과 같은 경우다.

처음 한 명을 찾기 위해서는 흔히 하는 것처럼 채용 사이트나 여기저기 게시판에 공지를 띄워서는 안된다. 대표가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고객사 주니어라도 마음에 들면 공들여서 바람 넣고 대학교 동아리라도 특강 가서 인연 만들고 아는 교수님도 컨택해서 추천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노볼링은 비단 사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당장 실무가 급하니 일단 많이 뽑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채용 패턴은 어디까지나 '자영업'의 방식이다. 정해진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니 말이다.

스타트업을 한다면 처음의 이 한 사람을 찾는데 1년 이상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보상이 아니라 도전적 과제와 그 과정에서의 전적인 지원을 통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만약 1년을 찾아다녀도 알맞은 사람이 없을 뿐더러 오지도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사업의 매력도가 낮거나 대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