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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코닥, LG전자, 그리고 롯데의 공통점

모두 아시다시피 코닥은 약 150년 전부터 필름과 카메라를 만들어온 회사다. 필름 카메라의 막을 연 것은 물론, 2011년 사실상 파산하면서 필름 카메라 시장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도 했다.

다들 코닥이 간판만 남은(그동안 브랜드만 남았었는데 최근에 엉뚱하게도 의류 브랜드가 되었다!) 원인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코닥은 이미 1975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것은 물론이고 이후 메가 픽셀 센서를 만든 곳도 코닥이다. 2005년에는 미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40%를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5년 후 점유율은 7%로 급락했고 1년 뒤엔 파산했다.)


1. 그럼 코닥은 왜 망했을까?


코닥은 필름으로 꾸준하게 큰 수익을 올리던 회사였다. 프린터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 그러니까 프린터와 카트리지는 싼 값으로 보급하되 수익은 소모품으로 올리는 비즈니스 형태의 기원이 코닥의 카메라&필름일 정도니까.

필름의 영업 이익률이 얼마나 좋았으면 R&D가 완료된 디지털 기술을 그냥 내버려두고 10년 넘게 하던 것만 해도 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반면에 디지털 기술은 필름과는 다르다. 그냥 기기 자체만 팔면 거기서 끝이다. 추가로 수익을 창출할 소모품이랄게 없다.

코닥은 디지털 마케라 기술을 개발하고 나서 이것이 필름 산업에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필름 산업에서 번 돈을 디지털 카메라 관련 특허, 생산 시설은 물론이고 스타트업까지 사들인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까지 주도할 준비를 열심히 한 셈이다.

하지만 코닥 경영진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간 기술 개발 속도 차이를 말이다.

화학 공정인 필름의 기술 개발이 느린 반면, 디지털 카메라는 조립 공정으로 기술 개발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코닥이 일사분란한 조립 역량을 갖춘 일본 업체를 앞지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당시 크라이슬러, 포드, GM과 할리데이비슨까지 위협했던 것이 일본 기업들의 조립 역량이었으니 애초에 게임이 안되는 상대였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구매 행태와 수익 창출 방안을 생각해보면 고객 관계 설정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코닥은 여기서도 큰 벽에 부딪혔다.

코닥이 망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수직 통합을 달성한 후 100여 년 간 강자로 군림했다. 이런 전략을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도 똑같이 써먹으려고 했지만 판이하게 달랐던 시장 특성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비만 날리고 주저앉았다.


2. 코닥의 몰락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 주주 자본주의와 성장전략


기본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것이다. 주주로부터 회사 운영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바로 경영진이고 그래서 경영진의 투자 결정은 주주의 장기적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는 투자와 비용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시장이 주는 수익을 최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익은 모두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코닥 경영진은 디지털 사장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과신했다. 그래서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했던 수익금과 사내 유보금을 탈탈 털어서 신시장 개척에 투자했고 실패했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배임이라고 하면 너무 가혹하지만 그래도 코닥 경영진이 섣부른 생각으로 기업 가치를 파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닥 경영진은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기존 사업과 성격도, 수익성도,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1990년대 중반쯤에야 깨달았다.

그렇다면 바로 기술 투자를 중단하고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남아있는 필름 시장에서 최대한의 잔존 수익을 쥐어짜는 전략(이른바 'Milking the cow')을 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필름 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순간, 남아있는 회사도 청산해야 했다. 그게 바로 주주들의 대리인으로서 코닥의 가장 충실한 의사결정이었을 것이다.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닥이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시도한 수많은 디지털카메라 관련 프로젝트들을 보면, 코닥이라는 기업이 여태껏 갖고 있었던 자산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거다.

즉, 기존 필름 시장에서는 최강이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써먹을 곳도 없고 호환도 안 되는 자산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3. [케이스 스터디]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추억의 회사 '코닥'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풀어놓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LG와 롯데.

LG는 내구성 높은 전자제품을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난 회사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 운영에는 노하우가 전무하다. 삼성전자와는 달리 스마트폰으로 스케일을 확보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던 2010년대 초반에 LG는 스마트폰 비즈니스에서 손을 뗐어야 한다.

하지만 무려 10년을 망설였고 그동안 조 단위의 주주가치를 상실했다. 매각 타이밍이 늦어 수익을 얻는데도 당연히 실패했다.

그래도 스마트폰 비즈니스를 포기한 후 LG전자의 수익과 신용도가 상승했다는 사실은 너무 늦긴 했지만 옳은 전략을 택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업이 미지의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경영자의 자존심을 세워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높은 확률로 주주가치를 파괴한다. 기업 내부 자원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준비되었다고 해도 그 자원이 차별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면 신규 사업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런 전략이 너무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 Chat GPT, AI 등 신기술 시대에 대처하는 첫 번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잘하는 영역에서 최대한 Cow milking을 하는 것이다.  


 4. [케이스 스터디] 롯데의 한샘 인수


2021년 롯데는 한샘을 인수했다.  한샘은 온라인몰도 운영하긴 하지만 실상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가깝다. 작은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몰라도 큰 가구는 보통 직접 보고 구매하는 데다, 단순 배송이 아니라 설치 서비스도 붙어있기 때문이다.

Cow milking 관점에서 본다면 롯데는 온라인에 대규모로 투자하거나, 적자 상관없이 M/S를 높이는데 힘을 쏟는 쿠팡 같은 전략을 택해서는 안된다. 롯데가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산을 보유한 오프라인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온라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쉽게 망하는 비즈니스도 아니다. 물론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어서 당장 내년부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세상이 뒤바뀐다면 롯데도 코닥처럼 고배를 마시겠지만 말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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