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고야에 워크샵을 다녀오면서 그 지역의 로컬 비즈니스에 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나 리추얼이나 커뮤니티와 연관해서.
1. 리추얼의 진짜 의미
우리나라, 특히 MZ 사이에서 리추얼(Ritual)은 명상이나 요가 등 힐링 행위에 가깝지만 인류학자가 정의한 본 뜻은 '집단의 신념과 믿음을 드러내는 행동' 또는 '특정 행동의 반복을 통해 집단의 소속감과 연속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Prom party, 그리고 일본의 성년의 날 행사 등을 보면 단순히 또래들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이벤트 전후에 지역 사회와 어른들이 개입한다.
Prom같은 경우 부모가 사전에 파티에서의 행동에 관해 가이드(a.k.a 잔소리..)를 주고 파티장까지 태워준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생각해보자) 일본 또한 성년의 날에 기모노 등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 자체가 돈도 많이 들고 어른들이 옷 매무새를 잡아줘야 한다.
겉보기엔 그냥 축제나 파티같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와 지역 사회가 그간의 노고를 축하하면서 아이를 성인으로 인정하며, 동시에 성인으로서 책임감에 관해 알려주는 관습인 셈.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리추얼인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성년식에 해당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의정부고 졸업식같이 성인이 되는 당사자들끼리의 이벤트, 혹은 음주나 작은 일탈 정도만 남아 있다.
사회가 한 개인을 성인으로서 인정하고 연대감이나 소속감을 제공해주는 기능이 없다보니 결국 신입사원 나이가 되어서도 정신적으로는 캥거루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급기야 연봉, 집, 자동차 등 겉보기 등급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풍토가 벌어지게 되었다.
개인을 인정해주는 공인된 리추얼이 없으니 결국 일생동안 물질적 요소로 인정 투쟁을 벌이는 셈이다.
2. 로컬 비즈니스의 본질
'로컬 비즈니스'라고 불리우는 사업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냥 지방 자영업을 멋지게 포장한 거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지역 특색에 맞춰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엄밀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우리네 로컬 비즈니스 성공 사례라고 나오는 것들, 그러니까 강릉 테라로사나 감자빵 등등을 보면 결이 조금 달라보인다. 로컬 기반이라기 보다는 '관광객' 대상 사업으로 성공한 것 같달까.
하지만 로컬 비즈니스는 해당 지역에 커뮤니티, 주민들간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마치 리추얼이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지속성을 형성하는 것처럼 로컬 비즈니스 또한 지역민들의 삶을 연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3. 나고야의 로컬 비즈니스
나고야에서 한 커피숍에 들렀다. 1972년에 오픈한 이 커피숍 손님들을 바라보니 참 재미있었다.
▲얼굴 가린 컷을 찾다보니 이런 사진밖엔..(Coffee Shop KAKO)
우선 80대 할머니가 있다. 보행기에 의지해 겨우 자리에 앉은 이 할머니는 익숙한 듯이 커피를 주문하고 신문을 꺼내 읽는다. 맞은 편에는 20대 여성 둘이서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조금 뒤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 두 분이 들어와서 디저트를 앞에 두고 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게 한 귀퉁이에는 이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관광객(우리 일행)이 있다.
마치 리추얼의 연결 기능처럼 나고야의 로컬 비즈니스는 20대부터 80대, 동네 주민과 관광객이 편안하게 섞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카페 또한 군데군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 or 외지인들이 있었다.
4. 로컬 비즈니스의 방향성이란
로컬 비즈니스에 관한 우리나라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 번째로 '빠른 성장', 그리고 두 번째로 '관광객 대상 영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역 주민은 머릿수도 얼마 안 될 뿐더러 문화 상품을 소비할 여력도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고 그래서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이 이해도 가고 또 지방의 인구 감소와 노년층의 자산 및 소득을 생각하면 틀린 관점도 아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연결과 편안한 경험의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관광객을 타겟팅해서 매출을 뽑아내겠다는 아이디어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리추얼이 사라진 우리 사회처럼 근본적인 뿌리가 부족하달까.
로컬 비즈니스에 관해 리추얼, 그러니까 연결과 소속감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이번에 나고야에 워크샵을 다녀오면서 그 지역의 로컬 비즈니스에 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나 리추얼이나 커뮤니티와 연관해서.
1. 리추얼의 진짜 의미
우리나라, 특히 MZ 사이에서 리추얼(Ritual)은 명상이나 요가 등 힐링 행위에 가깝지만 인류학자가 정의한 본 뜻은 '집단의 신념과 믿음을 드러내는 행동' 또는 '특정 행동의 반복을 통해 집단의 소속감과 연속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Prom party, 그리고 일본의 성년의 날 행사 등을 보면 단순히 또래들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이벤트 전후에 지역 사회와 어른들이 개입한다.
Prom같은 경우 부모가 사전에 파티에서의 행동에 관해 가이드(a.k.a 잔소리..)를 주고 파티장까지 태워준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생각해보자) 일본 또한 성년의 날에 기모노 등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 자체가 돈도 많이 들고 어른들이 옷 매무새를 잡아줘야 한다.
겉보기엔 그냥 축제나 파티같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와 지역 사회가 그간의 노고를 축하하면서 아이를 성인으로 인정하며, 동시에 성인으로서 책임감에 관해 알려주는 관습인 셈.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리추얼인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성년식에 해당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의정부고 졸업식같이 성인이 되는 당사자들끼리의 이벤트, 혹은 음주나 작은 일탈 정도만 남아 있다.
사회가 한 개인을 성인으로서 인정하고 연대감이나 소속감을 제공해주는 기능이 없다보니 결국 신입사원 나이가 되어서도 정신적으로는 캥거루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급기야 연봉, 집, 자동차 등 겉보기 등급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풍토가 벌어지게 되었다.
개인을 인정해주는 공인된 리추얼이 없으니 결국 일생동안 물질적 요소로 인정 투쟁을 벌이는 셈이다.
2. 로컬 비즈니스의 본질
'로컬 비즈니스'라고 불리우는 사업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냥 지방 자영업을 멋지게 포장한 거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지역 특색에 맞춰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엄밀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우리네 로컬 비즈니스 성공 사례라고 나오는 것들, 그러니까 강릉 테라로사나 감자빵 등등을 보면 결이 조금 달라보인다. 로컬 기반이라기 보다는 '관광객' 대상 사업으로 성공한 것 같달까.
하지만 로컬 비즈니스는 해당 지역에 커뮤니티, 주민들간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마치 리추얼이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지속성을 형성하는 것처럼 로컬 비즈니스 또한 지역민들의 삶을 연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3. 나고야의 로컬 비즈니스
나고야에서 한 커피숍에 들렀다. 1972년에 오픈한 이 커피숍 손님들을 바라보니 참 재미있었다.
▲얼굴 가린 컷을 찾다보니 이런 사진밖엔..(Coffee Shop KAKO)
우선 80대 할머니가 있다. 보행기에 의지해 겨우 자리에 앉은 이 할머니는 익숙한 듯이 커피를 주문하고 신문을 꺼내 읽는다. 맞은 편에는 20대 여성 둘이서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조금 뒤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 두 분이 들어와서 디저트를 앞에 두고 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게 한 귀퉁이에는 이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관광객(우리 일행)이 있다.
마치 리추얼의 연결 기능처럼 나고야의 로컬 비즈니스는 20대부터 80대, 동네 주민과 관광객이 편안하게 섞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카페 또한 군데군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 or 외지인들이 있었다.
4. 로컬 비즈니스의 방향성이란
로컬 비즈니스에 관한 우리나라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 번째로 '빠른 성장', 그리고 두 번째로 '관광객 대상 영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역 주민은 머릿수도 얼마 안 될 뿐더러 문화 상품을 소비할 여력도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고 그래서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이 이해도 가고 또 지방의 인구 감소와 노년층의 자산 및 소득을 생각하면 틀린 관점도 아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연결과 편안한 경험의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관광객을 타겟팅해서 매출을 뽑아내겠다는 아이디어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리추얼이 사라진 우리 사회처럼 근본적인 뿌리가 부족하달까.
로컬 비즈니스에 관해 리추얼, 그러니까 연결과 소속감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