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Q&A에도 나온 질문이지만, 창업자들의 실행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필연적으로 '우리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이슈를 마주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 이슈는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 우리 조직과 구성원의 실행력을 어떻게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을까
-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이 실행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전자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후자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 손에 쥔 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인력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자리잡은 기존 경쟁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창의성'까지 요구된다.
문제는 이 '창의성'에 대한 오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다들 워즈니악처럼 미친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를 잡스같은 천재가 비즈니스로 빚어내는 그림을 떠올리고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기술/개발 인력은 워즈니악이 아니고 사업 인력도 잡스가 아니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이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조직 구성원들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는데 그런 조직이 쉽게 만들어질리가 있나. 그게 가능하다면 유니콘 기업이 가뭄에 콩나듯 나는 현실이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1. 소통과 실행 사이의 갈림길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창의성을 발현시키기 위해 '수평적 문화'를 지향한다거나,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려는 대표의 방침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위해 팀의 몰입도는 물론 사업 진도까지 희생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또 소통하다보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접근인 셈.
스타트업의 경영은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높은 확률을 찾아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희박한 확률에 자원을 섣불리 투입하다간 뒤가 없기 때문에 결정적 승부가 아니고서는 언제나 확률에 기반한 선택을 해야 한다.
경영자/리더인 나의 눈에 구성원들의 역량이 부족해보인다면 무엇이 확률 높은 선택일까? 내가 방향성을 설정하고 마이크로매니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팀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면? 내 방향성이 틀렸다면?
일단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강력한 리더쉽을 가지고 관리한다는 것은 '실행'에 방점이 찍힌다는 의미이고 이외의 아이디어는 실험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사장되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반면 '내가 틀렸는지 여부'는 매우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제품/서비스에 관한 시장의 반응으로 말이다. 물론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마음 아프고 회사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수평적 문화'를 지향한답시고 일이 늦춰지거나 Time to market을 맞추지 못해 결과를 판단할 수 없게 되는 비극은 피할 수 있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은 것과 제대로 안해서(혹은 전혀 실행하지 않아서) 결과가 안 좋은 건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게다가 실행하고 실패한 회사보다 실행을 안/못해서 망한 회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역량과 열정이 기대보다 못한 팀원들과 일한다면 열린 토론과 자발적 실행보다는 내가 리더쉽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
2. 경영자/리더가 반드시 해야할 일
수평적 문화와 열린 소통 등이 의미를 가지는 산업이 있고 또 그런 성향의 구성원들도 있다. 미친듯이 일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경영자/리더 입장에선 '우리 팀에 와줘서 고맙습니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런 경우엔 클린스만 감독처럼 '해줘 경영'을 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대표가 이끌어야 하고 그 결과 또한 리더인 내 책임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얘기해보자. 리더가 어설프게 수평적 문화와 소통을 얘기하는 건 책임에 대한 '방기'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 비전이나 방향성,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으니 직원들에게 어정쩡하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이런 시도가 '수평적'이라는 워딩으로 구체화 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내가 리더십을 행사하며 확실하게 이끌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구성원들에게 자기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 대기업들처럼 목표와 지표로 쥐어 짜라는 뜻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명확한 accountability를 요구하라는 뜻이다.
조직에 소속된 각 개인이 자기 책임하에 일하고 평가를 제대로 받는 것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경영자/리더의 에너지도 많이 소진된다. 하지만 이것조차 안하면 대표 혼자서만 마음 급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나몰라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투자 유치 후 급격하게 무너진 스타트업들 대부분이 이런 루트를 거친다.
3. 우리 조직의 실행력을 높일 방법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슈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 우리 조직과 구성원의 실행력을 어떻게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을까
-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이 실행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우리 조직과 구성원의 실행력을 높이고 싶다면 경영자/리더가 강력한 태도로 구성원들의 업무 영역을 정하고 아웃풋과 데드라인을 통제해야 한다.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투자자와 핵심 고객을 만나는데 필요한 여력 정도를 빼고는 업무에서의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발성이 강한 인력을 모을 수 있을 때까지 조직을 운영할 플랜을 세우고, 이에 따라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엔 사업 성장 속도에 비해 캐시가 빨리 줄어들 것이다.
경영은 취사선택이다. 실행력에 초점을 맞추면 직원들의 자발성이나 창의성의 희생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아웃풋과 그에 대한 시장 검증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해진다. 결이 안 맞는 인력이 이탈해서 조직 관리가 어려워지겠지만 또 실행과 속도감을 즐기는 인력을 찾을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우월한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사업의 방향성, 현재 상황, 그리고 내 능력과 의지에 기반해 더 적절한 결정을 할 뿐이다. 스타트업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성장하는 곳이다. 비단 비즈니스 모델이나 MVP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이야기다.
기억하자. 선택지들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고 무색무취로 넘어가는 리더가 가장 나쁘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말이다.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라운지 A/S]는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보태고 싶은 이야기, 혹은 참가자 분들의 질문에 더욱 깊은 답변을 드리고 싶을 때 쓰는 카테고리입니다. 세미나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세미나 Q&A에도 나온 질문이지만, 창업자들의 실행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필연적으로 '우리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이슈를 마주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 이슈는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후자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 손에 쥔 것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인력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자리잡은 기존 경쟁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창의성'까지 요구된다.
문제는 이 '창의성'에 대한 오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다들 워즈니악처럼 미친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를 잡스같은 천재가 비즈니스로 빚어내는 그림을 떠올리고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기술/개발 인력은 워즈니악이 아니고 사업 인력도 잡스가 아니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이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조직 구성원들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는데 그런 조직이 쉽게 만들어질리가 있나. 그게 가능하다면 유니콘 기업이 가뭄에 콩나듯 나는 현실이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1. 소통과 실행 사이의 갈림길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창의성을 발현시키기 위해 '수평적 문화'를 지향한다거나,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려는 대표의 방침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위해 팀의 몰입도는 물론 사업 진도까지 희생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또 소통하다보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접근인 셈.
스타트업의 경영은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높은 확률을 찾아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희박한 확률에 자원을 섣불리 투입하다간 뒤가 없기 때문에 결정적 승부가 아니고서는 언제나 확률에 기반한 선택을 해야 한다.
경영자/리더인 나의 눈에 구성원들의 역량이 부족해보인다면 무엇이 확률 높은 선택일까? 내가 방향성을 설정하고 마이크로매니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팀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면? 내 방향성이 틀렸다면?
일단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강력한 리더쉽을 가지고 관리한다는 것은 '실행'에 방점이 찍힌다는 의미이고 이외의 아이디어는 실험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사장되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반면 '내가 틀렸는지 여부'는 매우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제품/서비스에 관한 시장의 반응으로 말이다. 물론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마음 아프고 회사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수평적 문화'를 지향한답시고 일이 늦춰지거나 Time to market을 맞추지 못해 결과를 판단할 수 없게 되는 비극은 피할 수 있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은 것과 제대로 안해서(혹은 전혀 실행하지 않아서) 결과가 안 좋은 건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게다가 실행하고 실패한 회사보다 실행을 안/못해서 망한 회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역량과 열정이 기대보다 못한 팀원들과 일한다면 열린 토론과 자발적 실행보다는 내가 리더쉽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
2. 경영자/리더가 반드시 해야할 일
수평적 문화와 열린 소통 등이 의미를 가지는 산업이 있고 또 그런 성향의 구성원들도 있다. 미친듯이 일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경영자/리더 입장에선 '우리 팀에 와줘서 고맙습니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런 경우엔 클린스만 감독처럼 '해줘 경영'을 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대표가 이끌어야 하고 그 결과 또한 리더인 내 책임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얘기해보자. 리더가 어설프게 수평적 문화와 소통을 얘기하는 건 책임에 대한 '방기'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 비전이나 방향성,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으니 직원들에게 어정쩡하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이런 시도가 '수평적'이라는 워딩으로 구체화 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내가 리더십을 행사하며 확실하게 이끌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구성원들에게 자기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 대기업들처럼 목표와 지표로 쥐어 짜라는 뜻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명확한 accountability를 요구하라는 뜻이다.
조직에 소속된 각 개인이 자기 책임하에 일하고 평가를 제대로 받는 것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경영자/리더의 에너지도 많이 소진된다. 하지만 이것조차 안하면 대표 혼자서만 마음 급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나몰라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투자 유치 후 급격하게 무너진 스타트업들 대부분이 이런 루트를 거친다.
3. 우리 조직의 실행력을 높일 방법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슈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우리 조직과 구성원의 실행력을 높이고 싶다면 경영자/리더가 강력한 태도로 구성원들의 업무 영역을 정하고 아웃풋과 데드라인을 통제해야 한다.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투자자와 핵심 고객을 만나는데 필요한 여력 정도를 빼고는 업무에서의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발성이 강한 인력을 모을 수 있을 때까지 조직을 운영할 플랜을 세우고, 이에 따라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엔 사업 성장 속도에 비해 캐시가 빨리 줄어들 것이다.
경영은 취사선택이다. 실행력에 초점을 맞추면 직원들의 자발성이나 창의성의 희생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아웃풋과 그에 대한 시장 검증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해진다. 결이 안 맞는 인력이 이탈해서 조직 관리가 어려워지겠지만 또 실행과 속도감을 즐기는 인력을 찾을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우월한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사업의 방향성, 현재 상황, 그리고 내 능력과 의지에 기반해 더 적절한 결정을 할 뿐이다. 스타트업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성장하는 곳이다. 비단 비즈니스 모델이나 MVP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이야기다.
기억하자. 선택지들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고 무색무취로 넘어가는 리더가 가장 나쁘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말이다.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라운지 A/S]는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보태고 싶은 이야기, 혹은 참가자 분들의 질문에 더욱 깊은 답변을 드리고 싶을 때 쓰는 카테고리입니다. 세미나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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