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가 바뀌고 다양한 분들과 새해 인사 겸 안부를 나눈다. 며칠 전에는 코칭으로 인연이 있던 창업가 A와 이야기했는데, 대뜸 사업을 접을 예정이라는 말을 했다. 몇 해 전에 그분의 사업 아이템에 관해 전망이 어두울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던 터라 예상은 했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분에게 했던 조언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지금 유동성이 넘쳐서 그렇지 투자 경기가 안좋아지면 시장의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업종은 무너진다."
작년부터 시작된 불황의 터널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창업에는 내 돈도 돈이지만 투자, 대출 등이 엮여 있으니 A는 올해 내내 사업 정리만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안 좋다.
2.
사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투자에는 공식과 정답이 존재한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이 크면 리스크도 덩달아 커진다는 것. 기대 수익률은 곧 리스크의 크기다.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고, 마케팅에 돈 쓰고, 거래처 확대하고, 사무실 키우고, 인력 충원하고, 그러기 위해서 투자 유치하고 대출도 받는 이런 의사 결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표 개인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른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합리적인 판단'이란게 왜 중요할까. 그렇게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리턴이 높다고 막 지르는 건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뜻. 물론 대표 개인이 어마어마한 능력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표들은 거의 다 '플랫폼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에 등장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AI, 로봇, 반도체같은 딥테크나 SaaS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3.
불황이건 호황이건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리스크 관리'다. 아니 스타트업이 대기업도 아닌데 벌써부터 뭔 리스크냐 싶겠지만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단지 기존 기업들과 형태가 다를 뿐이지.
핵심은 리스크와 관련해서 앞뒤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 자신이 지금 내린 의사 결정이 리스크를 키우는 쪽인지, 그리고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시장에서 먹힐지 안 먹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를 최소화할 대안은 무엇인지를 기업 내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질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기업에게 도전과 리스크 관리의 비중이 5:5라면 스타트업은 8:2 정도라는 차이만 있을 뿐,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리스크를 0으로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리다. 아니면 그게 상관없을 정도로 인사이트 넘치는 슈퍼 경영자이던지.
4.
아무튼 앞으로 1~2년은 힘든 시기가 지속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한파 속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은 분명 존재한다.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안 나갈 수는 없지 않나. 어떤 옷을 어떻게 단단히 입을 것인지를 정하고 문 밖으로 나서보자.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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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다양한 분들과 새해 인사 겸 안부를 나눈다. 며칠 전에는 코칭으로 인연이 있던 창업가 A와 이야기했는데, 대뜸 사업을 접을 예정이라는 말을 했다. 몇 해 전에 그분의 사업 아이템에 관해 전망이 어두울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던 터라 예상은 했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분에게 했던 조언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작년부터 시작된 불황의 터널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창업에는 내 돈도 돈이지만 투자, 대출 등이 엮여 있으니 A는 올해 내내 사업 정리만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안 좋다.
2.
사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투자에는 공식과 정답이 존재한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이 크면 리스크도 덩달아 커진다는 것. 기대 수익률은 곧 리스크의 크기다.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고, 마케팅에 돈 쓰고, 거래처 확대하고, 사무실 키우고, 인력 충원하고, 그러기 위해서 투자 유치하고 대출도 받는 이런 의사 결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표 개인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른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합리적인 판단'이란게 왜 중요할까. 그렇게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리턴이 높다고 막 지르는 건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뜻. 물론 대표 개인이 어마어마한 능력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표들은 거의 다 '플랫폼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에 등장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AI, 로봇, 반도체같은 딥테크나 SaaS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3.
불황이건 호황이건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리스크 관리'다. 아니 스타트업이 대기업도 아닌데 벌써부터 뭔 리스크냐 싶겠지만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단지 기존 기업들과 형태가 다를 뿐이지.
핵심은 리스크와 관련해서 앞뒤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 자신이 지금 내린 의사 결정이 리스크를 키우는 쪽인지, 그리고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시장에서 먹힐지 안 먹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를 최소화할 대안은 무엇인지를 기업 내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질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기업에게 도전과 리스크 관리의 비중이 5:5라면 스타트업은 8:2 정도라는 차이만 있을 뿐,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리스크를 0으로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리다. 아니면 그게 상관없을 정도로 인사이트 넘치는 슈퍼 경영자이던지.
4.
아무튼 앞으로 1~2년은 힘든 시기가 지속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한파 속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은 분명 존재한다.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안 나갈 수는 없지 않나. 어떤 옷을 어떻게 단단히 입을 것인지를 정하고 문 밖으로 나서보자.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