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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예능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전략] 1. 시장과 제품의 선정


1. '비즈니스 도메인'의 의미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사업 영역의 결정에는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중심이 되는데, 이를 'Business domain 결정'이라고 한다. 도메인이란- 인터넷 주소가 아니라 - 한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산업 또는 시장을 의미한다.

도메인은 제품/서비스 만큼이나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라면 팔아서 매출 1조 원 만드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매출 1조 원 찍는 것은 매출액은 동일함에도 기업 가치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도메인의 성장성이나 크기, 평균 이익률 등이 차이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골목식당부터 장사천재 백사장과 같은 예능은 바로 이 지점을 정하고 출발한다. 어디 가서 무엇을 팔겠다는게 애초에 결정돼있고 이말인 즉슨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도메인을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예능처럼 밑도 끝도 없이 3일 뒤에 장사 시작하라고 등 떠미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물론 자그만 회사였던 삼진어묵을 지금처럼 키워낸 후계자나, 아몬드 수입사에 불과했던 길림양행을 HBAF라는 간식업체로 키워낸 경영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게 맞다.

하지만 예능에 비해서는 상당한 준비를 해왔고 그 준비는 대부분 시장에 접근해서 팔 제품에 집중되었다.


2. 제품이 팔리게 만드는 맥락

 
나영석 예능 '윤식당'은 '요즘 한식이 인기라는데, 외국에 가서 팔면 팔리지 않을까'하는 지극히 심플한 가정으로 동남아에 식당을 오픈했다. 출연자이자 가게 경영자인 연예인들은 메뉴 정도만 결정할 수 있었는데, 그 기준은 바로 '조리에 전문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오픈 전에 유명 요리사로부터 트레이닝을 받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업장을 운영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만들기 쉽고 호불호도 없는 메뉴, 즉 '불고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명색이 식당인데 불고기만 주구장창 팔 수는 없다. 그래서 재료 및 조리 방법은 유사하지만 아웃풋은 다른 메뉴들을 준비했다. 불고기 라이스, 불고기 누들, 불고기 버거를 출시한다.

음식 퀄리티와 고객 평가, 현장 운영에 관한 확신이 없었기에 메인 요리에서 올 수 있는 단조로움을 부재료(밥, 면, 빵)로 커버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해보니 불고기와 그 베리에이션만으로는 시장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후 라면, 만두, 닭튀김 등으로 메뉴를 넓힌다. 라면과 만두 튀김은 요리 부담이 전혀 없어서, 그리고 닭튀김은 불고기 판매량이 저조할 때를 대비한 비상 대책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한국에서 똑같은 식당을 오픈했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이런 메뉴를 선택해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비슷한 제품을 파는 곳이 워낙 많아서 차별화가 전혀 안되기 때문이다.

동남아 휴양지에 놀러온 외국인들이야 어설픈 닭튀김도 색다르다고 좋아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BBQ나 교촌이 있어 애초에 경쟁조차 불가능하다. 아니, 같은 동남아라도 자카르타 한 복판 먹자골목이었어도 경쟁이 힘겹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제품의 판매에는 제품 자체의 퀄리티와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잘 팔릴 수 있는 맥락, 즉 시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시장에 있느냐에 따라 팔릴 수도, 완전히 도태될 수도 있는 것이다.


3. 창업가의 역할

  

하지만 창업자의 전문성이 아주 높고 시장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할 여건도 된다면 그때부터 메뉴 선택 기준은 단순히 만들기 쉬운게 아니라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바뀐다.

윤식당 1의 메뉴들이 전자였다면 이연복 셰프가 출연한 '현지에서 먹힐까'는 후자다. 한국식 짜장면을 중국에서 판매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연복이라는 사람의 전문성이 사업화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이다.

창업가에게 업에 대한 전문성과 자신감이 있다면 돌발변수가 많은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KFC의 본고장에서 치킨을 팔거나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팔 필요는 없다. 역량의 출중함과는 별개로 고객들의 주목과 피드백을 이끌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상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 시장 매력도는 중요한 요소지만 대부분의 창업은 계단식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초기 팀의 경우 제품이나 니즈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투자받고 성장하려면 매력도 높은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 제품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상황과 맥락이다. 특히 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단 위험성을 낮추면서 시장에서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장에 접근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이것을 실행하는 것이 바로 MVP다.
     
  • 차별성의 추구는 전문성이 높은 영역에서 자신감이 있을 때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추구하긴 해야하지만 이럴 땐 우호적인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차츰 경쟁이 격한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백종원의 이야기처럼 먹자골목은 프로들의 각축장이고 여기에 초보가 점포를 냈다간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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