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사업 계획서를 쓰는 건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업 계획서 자체가 더 이상 낯설지가 않을 뿐더러 목차나 작성법 등에 관한 설명을 찾기도 매우 쉽다. 그리고 스타트업들도 여러 사업에 지원하다보니 사업 계획서를 쓰는데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기 쉬운 것과 설득력은 다른 문제다. 모양은 예쁘지만 당위적인 내용이거나, 경쟁사에 비해 별로 다를 게 없는 경우가 참 많다.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임팩트 있는 장표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임팩트'는 고민의 깊이에 비례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고, 그 해답이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핵심이다.
장표의 임팩트와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가 있다.
1. 실패 사례 분석하기
우리 제품/서비스와 유사한 솔루션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제품/서비스가 그것을 왜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지금 시점의 경쟁자'에 관해서만, 그것도 본인들과의 비교 정도만 한 두 페이지로 넣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에 수 많은 기업이 실패한 시장에서 우리는 왜 성공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고객의 문제에 대한 Deep dive
두 번째 방법은 고객의 Pain point에 관해 더 깊게 들어가보는 것이다.
1인 가구가 안전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IoT 센서를 설치하겠다는 팀이 있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겪는 문제가 과연 집 안에 국한되는 걸까?
지하철 역에서 나와서 상점가를 지나면 나오는 으슥한 골목들, 골목을 지나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그 순간,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도 온갖 사건이 다 벌어진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의 불안이란 퇴근길에 대로변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지속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고작 집 안에 IoT 설비 몇 개 설치한다고 해결될 리가 없는 문제다. 물론 이동 동선별, 장소별로 느끼는 안전 문제와 그 솔루션은 다를테지만 그중에 한 두개 해결된다고 고객이 느끼는 안전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주로 여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품들이 각각 분절적으로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으슥한 곳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신용품, 그리고 창문과 베란다 문을 고정하는 스토퍼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이 스타트업이 타겟으로 하는 1인 가구 고객들은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반려동물 캠이라면 또 모를까.
여담이지만 이 스타트업은 그동안 IoT 센서를 개발하던 회사였다. 이미 있는 제품을 더 팔 곳을 찾다보니 1인 가구를 떠올린 것이지 진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제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고객의 문제에 관한 Deep dive는 굉장히 어렵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심과 경험, 그리고 인사이트가 총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해답을 마련해야 제품/서비스에 생명력이 생긴다. 그러면 사업 계획서의 설득력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을 만족시킨다면, 우리 제품/서비스가 왜 필요하고 어떤 기능이 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스케일업이나 재무 계획은 그냥 대충 언급만 해도 된다.
'시장 진입과 초기 고객 확보는 무리없이 가능하겠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 이후 단계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자. 1) 예전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왜 실패했는지, 2) 고객이 겪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자. 이 두 부분이 없이는 아무리 구성이 논리적이고 디자인이 예뻐도, 발표 잘해도 소용없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하지만 쓰기 쉬운 것과 설득력은 다른 문제다. 모양은 예쁘지만 당위적인 내용이거나, 경쟁사에 비해 별로 다를 게 없는 경우가 참 많다.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임팩트 있는 장표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임팩트'는 고민의 깊이에 비례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고, 그 해답이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핵심이다.
장표의 임팩트와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가 있다.
1. 실패 사례 분석하기
우리 제품/서비스와 유사한 솔루션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제품/서비스가 그것을 왜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지금 시점의 경쟁자'에 관해서만, 그것도 본인들과의 비교 정도만 한 두 페이지로 넣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에 수 많은 기업이 실패한 시장에서 우리는 왜 성공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고객의 문제에 대한 Deep dive
두 번째 방법은 고객의 Pain point에 관해 더 깊게 들어가보는 것이다.
1인 가구가 안전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IoT 센서를 설치하겠다는 팀이 있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겪는 문제가 과연 집 안에 국한되는 걸까?
지하철 역에서 나와서 상점가를 지나면 나오는 으슥한 골목들, 골목을 지나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그 순간,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도 온갖 사건이 다 벌어진다. 결국 혼자 사는 사람의 불안이란 퇴근길에 대로변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지속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고작 집 안에 IoT 설비 몇 개 설치한다고 해결될 리가 없는 문제다. 물론 이동 동선별, 장소별로 느끼는 안전 문제와 그 솔루션은 다를테지만 그중에 한 두개 해결된다고 고객이 느끼는 안전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주로 여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품들이 각각 분절적으로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으슥한 곳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신용품, 그리고 창문과 베란다 문을 고정하는 스토퍼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이 스타트업이 타겟으로 하는 1인 가구 고객들은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반려동물 캠이라면 또 모를까.
여담이지만 이 스타트업은 그동안 IoT 센서를 개발하던 회사였다. 이미 있는 제품을 더 팔 곳을 찾다보니 1인 가구를 떠올린 것이지 진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제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고객의 문제에 관한 Deep dive는 굉장히 어렵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심과 경험, 그리고 인사이트가 총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해답을 마련해야 제품/서비스에 생명력이 생긴다. 그러면 사업 계획서의 설득력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을 만족시킨다면, 우리 제품/서비스가 왜 필요하고 어떤 기능이 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스케일업이나 재무 계획은 그냥 대충 언급만 해도 된다.
'시장 진입과 초기 고객 확보는 무리없이 가능하겠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 이후 단계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자. 1) 예전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왜 실패했는지, 2) 고객이 겪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자. 이 두 부분이 없이는 아무리 구성이 논리적이고 디자인이 예뻐도, 발표 잘해도 소용없다.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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