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미매뉴얼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창업 희망자들의 페르소나로 '팔방미인'을 꼽았었다. 이런 팔방미인형은 창업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리한 쪽에 가깝다. 해외 연구 결과에서도 성공한 창업가들은 다소 외곬수적인 경우가 많았고, 내가 1,00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코칭한 경험과 미매뉴얼에 쌓인 데이터를 살펴봐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팔방미인이 창업에 불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1.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팔방미인은 아는 것도 많고 그만큼 관심분야도 넓은 편이다. 그래서 사람도 많이 만난다.
이런 성향은 사업 초기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발휘한다. 앞에 나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이라 발표도 곧잘 나서서 창업 극초반에 한해서는 남다른 에너지를 과시한다.
하지만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본격적인 사업화'란 프로토타입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영업 및 마케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팔방미인들은 이 시기를 못 견딘다. 하나에 집요하게 매달려야 하는 시기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관심사에 슬슬 눈을 돌린다.
안 좋은 피드백 한 두 번 받으면 갑자기 이건 아니라며 피봇팅하려고 한다. 제품/서비스가 성공..아니 팔릴지 안 팔릴지 충분히 검증도 못했는데 갑자기 새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기도 한다. 없는 살림에 돈 아끼면서 고객 기반을 최대한 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한데 비용을 허비한다.
우리 제품/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의 미래를 점칠 수 있을 때까지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매달려야 함에도 그런 모습은 전혀 안 보인다. 가끔은 모임에 대표 명함 자랑하려고 회사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2. 존버와 집요함이 부족하다.
집중력 이슈와 같은 맥락이다.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의 핵심은 제품/서비스 고도화, 그리고 초기 영업망과 고객 확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집요해야 한다.
이건 학벌이나 지식, 지능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삼시세끼 라면만 먹는 한이 있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친듯이 매달려야 해결된다. 많은 창업들의 모토가 소위 '존버'인 이유가 있다. 결국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이기 때문이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MVP 테스트를 바탕으로 제품을 보완하고 본격 출시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팔방미인들은 MVP 한 두 번 하고 반응이 나쁘지 않다 싶으면 덜컥 대량생산한다. 아니면 일단 마케팅부터 시작한다.
초반에는 반짝하지만 결국 고도화 없이 MVP와 대동소이한 수준, 그러니까 돈 주고 살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비즈니스가 휘청한다. 마케팅한다고 채널만 잔뜩 늘려놨다가 결국 적자로 떠안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집요함과 꼼꼼한 실행이 부족한 탓이다.
3. 업무보다 자기PR이 우선이다.
팔방미인들은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하는 이유도 시장을 혁신하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남들이 선망하는 CEO 명함에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업화 과정에서 뭔가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면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쁘다. 어렵게 만든 기반을 토대로 어떻게하면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조직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서비스를 보완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에 인터뷰하고 강연 다니고 '네트워킹'하면서 명함 뿌리기 바쁘다.
짐 콜린스는 저서 'Good to Great(한국 출간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는 경영자의 수준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에 따르면 Good을 Great로 탈바꿈시키는 리더란 한 마디로 '업무와 성과에 집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자기를 드러내며 에고를 충족시키는 활동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그 힘을 모두 비즈니스 성공과 관련된 행위에 집중시킨다. 사업가, CEO라는 명함 가지고 이런저런 미디어에 기웃거리며 얼굴 알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본분에 충실한 사람들이 바로 최고 경영자라는 것.
'Good to Great'가 2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점은 요즘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팔방미인은 창업 지원금 타내거나 신문사 인터뷰는 잘 할지 몰라도 단단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을 만드는데는 불리하다.
창업 희망자에 관한 미매뉴얼 데이터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창업은 전략기획 직무, 30대 중반 이상이 가장 많이 고민함
- 이들의 대표적인 성격은 바로 '팔방미인'형임
- 팔방미인형은 창업에는 다소 불리한 성격임
- 관심의 분산과 집요함의 부족, 그리고 자기를 드러내려는 충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음
다만 주의할 것은 팔방미인형은 그래서 안된다는 얘길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단점이 있으니 자신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일단 시작한 이상은 꼼꼼하고 단단하게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지난 글에서 미매뉴얼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창업 희망자들의 페르소나로 '팔방미인'을 꼽았었다. 이런 팔방미인형은 창업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리한 쪽에 가깝다. 해외 연구 결과에서도 성공한 창업가들은 다소 외곬수적인 경우가 많았고, 내가 1,00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코칭한 경험과 미매뉴얼에 쌓인 데이터를 살펴봐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팔방미인이 창업에 불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1.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팔방미인은 아는 것도 많고 그만큼 관심분야도 넓은 편이다. 그래서 사람도 많이 만난다.
이런 성향은 사업 초기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발휘한다. 앞에 나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이라 발표도 곧잘 나서서 창업 극초반에 한해서는 남다른 에너지를 과시한다.
하지만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본격적인 사업화'란 프로토타입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판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영업 및 마케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팔방미인들은 이 시기를 못 견딘다. 하나에 집요하게 매달려야 하는 시기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관심사에 슬슬 눈을 돌린다.
안 좋은 피드백 한 두 번 받으면 갑자기 이건 아니라며 피봇팅하려고 한다. 제품/서비스가 성공..아니 팔릴지 안 팔릴지 충분히 검증도 못했는데 갑자기 새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기도 한다. 없는 살림에 돈 아끼면서 고객 기반을 최대한 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한데 비용을 허비한다.
우리 제품/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의 미래를 점칠 수 있을 때까지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매달려야 함에도 그런 모습은 전혀 안 보인다. 가끔은 모임에 대표 명함 자랑하려고 회사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2. 존버와 집요함이 부족하다.
집중력 이슈와 같은 맥락이다.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의 핵심은 제품/서비스 고도화, 그리고 초기 영업망과 고객 확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집요해야 한다.
이건 학벌이나 지식, 지능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삼시세끼 라면만 먹는 한이 있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친듯이 매달려야 해결된다. 많은 창업들의 모토가 소위 '존버'인 이유가 있다. 결국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이기 때문이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MVP 테스트를 바탕으로 제품을 보완하고 본격 출시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팔방미인들은 MVP 한 두 번 하고 반응이 나쁘지 않다 싶으면 덜컥 대량생산한다. 아니면 일단 마케팅부터 시작한다.
초반에는 반짝하지만 결국 고도화 없이 MVP와 대동소이한 수준, 그러니까 돈 주고 살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비즈니스가 휘청한다. 마케팅한다고 채널만 잔뜩 늘려놨다가 결국 적자로 떠안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집요함과 꼼꼼한 실행이 부족한 탓이다.
3. 업무보다 자기PR이 우선이다.
팔방미인들은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하는 이유도 시장을 혁신하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남들이 선망하는 CEO 명함에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업화 과정에서 뭔가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면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쁘다. 어렵게 만든 기반을 토대로 어떻게하면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조직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서비스를 보완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에 인터뷰하고 강연 다니고 '네트워킹'하면서 명함 뿌리기 바쁘다.
짐 콜린스는 저서 'Good to Great(한국 출간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는 경영자의 수준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에 따르면 Good을 Great로 탈바꿈시키는 리더란 한 마디로 '업무와 성과에 집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자기를 드러내며 에고를 충족시키는 활동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그 힘을 모두 비즈니스 성공과 관련된 행위에 집중시킨다. 사업가, CEO라는 명함 가지고 이런저런 미디어에 기웃거리며 얼굴 알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본분에 충실한 사람들이 바로 최고 경영자라는 것.
'Good to Great'가 2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점은 요즘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팔방미인은 창업 지원금 타내거나 신문사 인터뷰는 잘 할지 몰라도 단단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을 만드는데는 불리하다.
창업 희망자에 관한 미매뉴얼 데이터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다만 주의할 것은 팔방미인형은 그래서 안된다는 얘길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단점이 있으니 자신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일단 시작한 이상은 꼼꼼하고 단단하게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