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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스타트업이 절대 시작해서는 안되는 비즈니스


프레시코드가 운영을 중단했다. 다이어트가 시급한 아재에게는 나쁘지 않은 서비스였지만,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말이다.

프레시코드 뿐만 아니라 오늘회도 그랬듯, 원물을 다루는 스타트업들은 계속해서 휘청이게 될 것이다.


1. 고정비와 변동비, 그리고 스타트업


고정비와 변동비에 관해서는 누구나 다 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사업은 '자본집약적'이라고 하며 주로 대기업들이 한다. 반면에 대규모 초기 자본 투자가 어려운 스타트업은 변동비를 투입하면서 사업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고정비 비중을 높여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경우에 변동비는 주로 인건비나 마케팅 비용이다. 게임 개발사를 예로 들자면, 초기에는 인건비와 광고비 외에는 비용이 거의 안 들고, 고정 자산이라고 할 것도 없기에 변동비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다 몇몇 게임이 히트하고 그걸 IP화, 또는 R&D가 쌓여 고정 자산이 된다. 이후 매출에서 고정비 비중이 자연스레 올라간다. 게임으로 예를 들긴 했지만 거의 모든 스타트업에 해당되는 정석같은 이야기다. 


2. 또 다른 변수, 재료비


그런데 변동비에는 다른 항목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재료비'다.

서비스업에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고 제조업에서도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원물을 별 다른 가공없이 취급하는 사업은 그 원물로 인해 재료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이 지점이 문제의 원흉이 된다.

쌀이나 밀같은 농산물이나 석유 등의 Commodity는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 곡물은 그나마 덜하지만 야채류는 1년 동안 최대 4배까지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생선이나 붉은 고기류도 2배 정도의 변동은 부지기수다.

원물에 그다지 큰 가공을 하지 않고 파는 경우에는 재료비 비중이 높다고 앞에 언급했었다. 이런 경우 원물 가격 변동이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된다. 그래서 원물 가격이 낮으면 돈을 크게 벌지만 가격이 널을 뛰는 경우에는 번 돈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다.

심지어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야채 가격 두 배 올랐다고 샐러드 가격도 두 배 올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체 비용의 30%가 재료비 비중이라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일이다.  


*생선을 회떠서 팔면 원물 비중이 높은 것이고 맛살을 만들면 가공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가공 과정에서 고정비가 대규모로 투입되므로 그램 당 가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래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상추를 예로 들어 1) 쌈 싸먹는 수요가 줄어든 1~2월, 그리고 2) 바다로 계곡으로 휴가가서 고기 실컷 구워먹는 휴가철을 비교해보자. 특히나 2)에서 장마가 겹쳐서 상추 출하량이 줄어들면 4~5배의 가격차가 생기는 건 일도 아니다.


3. 스타트업이 주의해야 할 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스타트업은 초기에 변동비를 최대한 투입해서 고정비로 바꿔내는, 즉 고정 자산을 만드는 비즈니스를 뜻한다.

프레시코드나 오늘회가 만약 재료비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다른 매출원을 가지고 있었다면, 생선으로 만든 맛살이나 반려동물용 통조림이라도 만들었다면 재료비 급등에 따른 변동비 부담을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를 받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정 자산을 만드는 것 보다는 마케팅과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당연히 고정 자산의 버퍼는 없는 상태로 사업이 커졌고 이후 원물 가격이 급등, 그 충격을 고스란히 끌어안았다. 규모가 작을 때야 투자금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덩치가 커졌으니 답도 없었을 것.

내가 스타트업들을 코칭하면서 '원물 중심'의 비즈니스는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통상적으로 원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지역의 돈 많은 자영업자, 혹은 토호들이 하는 사업이다. 대기업마저도 농수산물 유통업이나 단순 가공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것을 꺼린다. 재료비 비중이 높아서 자본이 충분하다고 해도 그다지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심사에 참여하다보면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혁신을 어쩌고..'하는 케이스를 종종 본다. 물론 중간 유통상들이 이익을 과도하게 챙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격 변동에 따른 손해도 함께 감당하는 구조다.

생산량은 적고 수요 변동은 극심한 물건을 판매하는 데는 유통 구조가 복잡해야 유지된다. 그게 아니면 품목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단순히 사업 기회가 보여서, 고객들이 좋아한다고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당장은 매출이 나와서 지갑이 촉촉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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