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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장전략초기 스타트업을 진정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한 가지

기업과 자영업, 모두 사업이란건 똑같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이 '자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반면, 자영업은 자신을 포함한 '사람'을 굴려서 돈을 번다.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사람'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개인마다 역량은 물론이고 사업적 가치도 다르고 제약사항도 많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무한대로 투입할 수 있는 자원도 아니고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면 인건비도 늘어나야하는 '변동비'가 된다.

반면에 설비, 부동산, 저작권, 소프트웨어, 브랜드 가치, 인지도와 같은 유/무형의 '자산'은 초기에 구축하기가 힘들고 투자금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단 구축해두면 매출이 늘어나도 일정 단계까지는 비용이 연계되어 늘어나지 않는 '고정비'의 성격을 가진다.

가령 월 임대료 100만 원을 내는 20평짜리 식당이 있다고 해보자. 몇 그릇을 팔던 임대료 100만 원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이 팔면 팔수록 임대료의 비중은 낮아진다. 즉, 판매량을 늘리면 이익을 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이익 규모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산출량에 따라 고정비의 비중이 바뀌고 매출 증감보다 이익 증감이 더 커지는 효과를 Operating leverage라고 한다. 기업이 매출 증가에 목숨을 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은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인건비가 주로 자산의 형성에 투입되는 비용이라면 마케팅 비용은 자산이 구축된 이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사용되는 돈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자산 형성에 투입되는 인건비 비중은 높고 매출액은 극도로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지금 상태 그대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런 경우 인건비의 비중은 그대로인채 매출액만 늘어난다. 아무리 규모가 커져도 사람을 투입해서 매출을 올리는 형태는 변함없으니 전형적인 위탁/용역/노동집약적 사업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처음에는 멋진 기술, 제품,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지자체 용역으로 먹고 살거나 SI업체로 전락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물론 이런 업체들도 법적으로는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냥 덩치 큰 자영업이다.

여기서 한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럼 매출이 조 단위가 넘어가는 대기업 SI도 자영업이란 말인가.

대기업 SI는 '모기업의 계열사'라는 사실 자체가 자산이다. 그리고 IDC(데이터 센터.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이나 시설)라는 고정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 두 가지를 통해 '레퍼런스'라는 또 다른 자산을 쌓아올렸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로 보유한 '자본규모'와 '레퍼런스'를 통해 정부 용역 사업 등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그룹 외부 프로젝트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비즈니스 모델만 보자면 소규모 자영업 SI와 다르지가 않다.

두 번째 선택지는 바로 자산형성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매출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돈이 부족하겠지만 외부 투자나 대출을 받아서 버텨야 한다.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차츰 매출 확대를 시도하면 인건비 등 변동비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자산에 의한 고정비 비중이 올라가게 된다. 드디어 어엿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자영업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용역으로 돈 잘 벌면 그것으로도 괜찮다. 하지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특정 고객/시장에 과하게 의존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매출이 늘어도 변동비로 인해 영업 이익률이 높아질 수가 없다. 쉽게 말해 몸은 바쁘고 엄청 많이 판 것 같은데 막상 계산기 두드려보면 남는게 별로 없는 일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금 여유가 많지 않으니 경기가 조금만 안좋아지면 사업이 주저앉는다.

물론 기업이 된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정비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판매가 마음처럼 안되면 매출 감소보다 이익의 감소가 더 커진다. 삽시간에 영업 적자에 빠지게 된다. 주력 사업의 기회가 감소하는 경우에도 높은 고정비 비중으로 인해 쉽게 사업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매출이 돌아왔을 때 수익을 극대화하고 사업의 규모를 꾸준히 확대할 기회가 생기는 것은 역시나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초기 스타트업은 그래서 단기적 매출보다는 자산을 쌓는데 집중해야 한다. 사람 갈아넣어 자영업처럼 매출을 만드는 것은 당장은 달달하겠지만 진정한 기업으로 발전하는데는 방해가 될 뿐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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