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왜 망하는 걸까? 드라마나 뉴스에 나온 것처럼 대기업이 아이템을 카피하거나, 직원이 기술을 빼돌리는 등등의 사건 때문에 망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소 극적인 경우라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렇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
스타트업은 뭐랄까, 건강관리 안한 50대 아저씨처럼 망한다. 맨날 술 마시고 담배 뻑뻑 펴대다가 어느날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그래도 당장 큰 문제는 없으니 대충 살다가 간이나 혈관 같은데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생겨버린 질병은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주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내 한 몸 움직이는 것도 어려워지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진행되면서 되돌릴 방법도 없는 아주 고달픈 죽음이다. 이게 현실세계에서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는 도대체 어떤 질병이 발생하고 왜 이걸 치료하지 못하는(혹은 치료하지 않는) 것일까?
1. "여기가 아닌가벼.." 시장을 잘못 골랐다.
'수요가 있다'는 것 만으로 시장을 고르면 망한다. 좁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금방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
수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규모있게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 곳을 찾아야 한다. 국내 기준으로 최소 3년 내 5백 억에서 1천 억의 시장 규모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들어가면 안 된다.
물론 투자 안받고 작은 시장에서 소소하게 안정적으로 굴려도 상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영업에 불과하니 논의의 대상은 아니다.
사업 전략의 핵심은 'Business domain'을 결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부분이 지형이고 명장은 이길 조건을 만들어놓고 싸움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즈니스 도메인에 관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추천한다. 사업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연구한 사람들이다.
※ 시장과 비즈니스 도메인의 차이에 관해서는 이전 글(클릭)을 참고하길 바란다.
2. '차별성'에 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차별성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그것도 제품/서비스 스펙에 국한해서 이해하고 있다. 우리 제품이 기존보다 더 빠르고 UI/UX가 새롭고 또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식이다.
UI/UX 중요하다. 핀터레스트처럼 고객 경험 개선이 성공의 키가 된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사업을 제외하고는 스펙이 우월하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사업의 본질이 중요하다. 쿠팡 앱에 다양한 품목이 있고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쿠팡을 궤도에 올린 건 UI/UX가 아니라 기저귀와 쿠팡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요인으로 꼽는 로켓배송도 쿠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온 서비스다.
차별성은 스펙의 고도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 깔끔한 UI/UX, 다양한 부가기능은 그걸 만드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관심없다.
3. 느리다. 특히 실행이.
기획 끝냈으면 빠르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실행의 핵심은 고객에게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것. 팔아보고 깨지고 보완하고, 또 팔고 깨지고 보완하다보면 얻어걸린다.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홈런 칠 생각하면서 백날 회의만 하는 것보다는 낫다. IT 서비스나 콘텐츠라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제품화까지 한 달 내에 끝내고 테스트해야 한다.
대기업도 아니면서 제품 수정 출시하는데 반 년 넘게 걸리는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다. 일단 대표부터 자기 제품/서비스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 챗바퀴 돌듯 빙빙 돌기만 한다. 그 사이에 현금은 활활 불탄다.
4. "나는 대표니까..!" 핵심업무를 직원에게 떠넘긴다.
온라인 기반의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고 해도 의외로 핵심 업무는 영업이다. MVP 단계는 물론이고 이후 레퍼런스 확보 단계에서도 그렇다. 게임이나 B2C 콘텐츠 비즈니스처럼 영업 없이 온라인으로 광고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조차도 아이디어와 개발, 운영 노하우에 관한 조언은 사람에게 얻는다.
이런 핵심적인 업무를 창업자 or 창업팀이 하지 않고 직원에게 떠넘긴다? 당장에야 편하겠지만 결국 회사의 혈관을 막는 콜레스테롤이 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스타트업 1,000여개를 만나면서 이 패턴을 벗어나는 곳은 하나도 못 봤다.
다들 하나같이 깔끔한 비즈니스 모델과 멋진 IR자료는 물론이고 그럴싸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출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의 차별성은 "다른 개미들보다 우리 개미 다리가 좀 더 길어요" 하는 수준이었다.
이 상태로 몇 달을 제품 개발에 돈을 쓴다. 출시 이후에는 인스타같은데 광고 돌렸다가 생각보다 반응이 없으면 "광고비를 좀 더 쓸까?"하는 흰소리를 한다. 그러다 결국 제품/서비스 탓을 하면서 자기들 말로는 '피봇팅'을 한다.
이런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되는게 보통이고 그러다보면 핵심 인력은 회사와 대표에게 실망해서 떠난다. 대표는 조급한 마음에 사람을 마구 뽑고 실적은 더 안나오고..그렇게 스타트업이 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악화되었으니 수익성을 올리자는 얘기는 그냥 '건강 지키려면 운동하셔야해요' 하는 말과 전혀 다를게 없다. 딱히 선명하게 들리지도 않고 그대로 해도 뭐 하나 바뀌는거 없는 이야기.
차라리 투자받은 적이 없는 회사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회사를 정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문제가 눈에 띄는 시점은 주로 Seed ~ Series A 단계다. 멈추고 싶어도 이미 멈출 수가 없는 단계라는 뜻이다. 남의 돈을 받았으니 압박은 더더욱 커진다.
결국 창업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의 핵심은 '지금 이 시장에 나가는 의미가 무엇인가'이다. 제품 개발이나 투자유치 이전에 말이다.
그 의미에 맞게 시장에 진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이 제품이고 마케팅이고 채용이다. 그래서 제품, 마케팅, 채용은 전략 앞에서는 동맥경화 걸린 50대 아저씨에 불과하다.
이건 망해봐야 안다. 운영하던 회사가 망한다는거, 절대 즐거운 경험 아니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스타트업은 뭐랄까, 건강관리 안한 50대 아저씨처럼 망한다. 맨날 술 마시고 담배 뻑뻑 펴대다가 어느날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그래도 당장 큰 문제는 없으니 대충 살다가 간이나 혈관 같은데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생겨버린 질병은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주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내 한 몸 움직이는 것도 어려워지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진행되면서 되돌릴 방법도 없는 아주 고달픈 죽음이다. 이게 현실세계에서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는 도대체 어떤 질병이 발생하고 왜 이걸 치료하지 못하는(혹은 치료하지 않는) 것일까?
1. "여기가 아닌가벼.." 시장을 잘못 골랐다.
수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규모있게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 곳을 찾아야 한다. 국내 기준으로 최소 3년 내 5백 억에서 1천 억의 시장 규모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들어가면 안 된다.
물론 투자 안받고 작은 시장에서 소소하게 안정적으로 굴려도 상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영업에 불과하니 논의의 대상은 아니다.
사업 전략의 핵심은 'Business domain'을 결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부분이 지형이고 명장은 이길 조건을 만들어놓고 싸움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즈니스 도메인에 관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추천한다. 사업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연구한 사람들이다.
※ 시장과 비즈니스 도메인의 차이에 관해서는 이전 글(클릭)을 참고하길 바란다.
2. '차별성'에 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차별성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그것도 제품/서비스 스펙에 국한해서 이해하고 있다. 우리 제품이 기존보다 더 빠르고 UI/UX가 새롭고 또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식이다.
UI/UX 중요하다. 핀터레스트처럼 고객 경험 개선이 성공의 키가 된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사업을 제외하고는 스펙이 우월하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사업의 본질이 중요하다. 쿠팡 앱에 다양한 품목이 있고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쿠팡을 궤도에 올린 건 UI/UX가 아니라 기저귀와 쿠팡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요인으로 꼽는 로켓배송도 쿠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온 서비스다.
차별성은 스펙의 고도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 깔끔한 UI/UX, 다양한 부가기능은 그걸 만드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관심없다.
3. 느리다. 특히 실행이.
기획 끝냈으면 빠르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실행의 핵심은 고객에게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것. 팔아보고 깨지고 보완하고, 또 팔고 깨지고 보완하다보면 얻어걸린다.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홈런 칠 생각하면서 백날 회의만 하는 것보다는 낫다. IT 서비스나 콘텐츠라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제품화까지 한 달 내에 끝내고 테스트해야 한다.
대기업도 아니면서 제품 수정 출시하는데 반 년 넘게 걸리는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다. 일단 대표부터 자기 제품/서비스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 챗바퀴 돌듯 빙빙 돌기만 한다. 그 사이에 현금은 활활 불탄다.
4. "나는 대표니까..!" 핵심업무를 직원에게 떠넘긴다.
온라인 기반의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고 해도 의외로 핵심 업무는 영업이다. MVP 단계는 물론이고 이후 레퍼런스 확보 단계에서도 그렇다. 게임이나 B2C 콘텐츠 비즈니스처럼 영업 없이 온라인으로 광고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조차도 아이디어와 개발, 운영 노하우에 관한 조언은 사람에게 얻는다.
이런 핵심적인 업무를 창업자 or 창업팀이 하지 않고 직원에게 떠넘긴다? 당장에야 편하겠지만 결국 회사의 혈관을 막는 콜레스테롤이 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스타트업 1,000여개를 만나면서 이 패턴을 벗어나는 곳은 하나도 못 봤다.
다들 하나같이 깔끔한 비즈니스 모델과 멋진 IR자료는 물론이고 그럴싸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출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의 차별성은 "다른 개미들보다 우리 개미 다리가 좀 더 길어요" 하는 수준이었다.
이 상태로 몇 달을 제품 개발에 돈을 쓴다. 출시 이후에는 인스타같은데 광고 돌렸다가 생각보다 반응이 없으면 "광고비를 좀 더 쓸까?"하는 흰소리를 한다. 그러다 결국 제품/서비스 탓을 하면서 자기들 말로는 '피봇팅'을 한다.
이런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되는게 보통이고 그러다보면 핵심 인력은 회사와 대표에게 실망해서 떠난다. 대표는 조급한 마음에 사람을 마구 뽑고 실적은 더 안나오고..그렇게 스타트업이 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악화되었으니 수익성을 올리자는 얘기는 그냥 '건강 지키려면 운동하셔야해요' 하는 말과 전혀 다를게 없다. 딱히 선명하게 들리지도 않고 그대로 해도 뭐 하나 바뀌는거 없는 이야기.
차라리 투자받은 적이 없는 회사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회사를 정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문제가 눈에 띄는 시점은 주로 Seed ~ Series A 단계다. 멈추고 싶어도 이미 멈출 수가 없는 단계라는 뜻이다. 남의 돈을 받았으니 압박은 더더욱 커진다.
결국 창업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의 핵심은 '지금 이 시장에 나가는 의미가 무엇인가'이다. 제품 개발이나 투자유치 이전에 말이다.
그 의미에 맞게 시장에 진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이 제품이고 마케팅이고 채용이다. 그래서 제품, 마케팅, 채용은 전략 앞에서는 동맥경화 걸린 50대 아저씨에 불과하다.
이건 망해봐야 안다. 운영하던 회사가 망한다는거, 절대 즐거운 경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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