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살펴보는 경영전략
2010년대 중반부터 스타트업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다. '왜 대기업이 스타트업한테 못 이기는 걸까?'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내연기관 업체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크고, 카카오뱅크의 시가 총액은 - 비록 최근에 박살이 나긴 했지만 - 영업 이익 6조 원이 넘는 신한지주보다 여전히 크다. 쿠팡과 롯데는 아예 비교 불가 수준이다.
대기업은 규모는 물론이고 시장에서의 업력 또한 엄청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뛰어난 인력은 다 흡수한 조직이다. 그런데 왜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선 후퇴하게 되는 걸까?
1.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략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략은 'Blitzkreig', 우리말로 전격전이었다. 독일군의 능력으로는 유럽 전체를 휘젓는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공격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한 곳에 가용 병력을 집중시켰다. 그때, 그 전쟁터에서 만큼은 상대보다 숫자와 화력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상대를 무너뜨리고 이후에는 각개격파하여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쟁터의 선택, 그리고 속도다. (스타트업에서 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Time to market과 Lean startup이 중시되는지 알 수 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전략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수 측에서는 상대의 전격전에 말려드는건 피해야한다는 뜻도 되겠다.
만약에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에게 최소한의 퇴로를 준비할 시간을 준 다음에 외곽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섬멸하는 방식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거대한 하나의 본대와 소수의 파괴력 강한 별동대로 군을 구성해서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차츰차츰 전진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방어측에서는 공격군의 머릿수와 힘에 압도당하고, 최전선이 무너지면서 공포가 퍼져나간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방어군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공격측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교과서적인 전략이고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요지는 이거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말고, 전선을 분산시키지 말 것이며 동시에 적군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별동대를 이용해 최전선의 방어군을 각개격파하는 것.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맥을 못추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2.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이유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과 역량 전부를 작은 영역(시장)에 집중시켜서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내는 전략을 택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발견한 이 작은 시장과 고객의 사소한 니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심한다. 한 쪽은 전격전에 목숨을 걸고 다른 한 쪽은 느긋하게 대처하는 셈인데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보지 않아도 감이 온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수백, 수천개 업체가 덤벼들어서 그중에 한 두개만 살아남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과정을 거쳐 뾰족해진다. 하지만 대기업은 우리 시장에 나타난 스타트업을 그저 매출액 규모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그들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뒤늦게 레이더에 포착된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의 일개 사업부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입이 떡 벌어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시장을 휘어잡은 존재가 아니다. 작지만 한 곳에 힘을 집중시켜 나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 영역을 기반으로 주변을 쓸어버리며 성장했다. 전형적인 전격전인 셈.
피터 틸이 저서 'Zero to one'에서 얘기한 '작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확보'가 바로 이 전략이다. 비록 수는 적더라도 고객 기반이 단단하다면, 즉 소수의 팬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절대로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그러니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진출한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 미팅에서 "대기업이 진출하면 어떡할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별로 걱정 안되는데요"할 게 아니라 대답을 좀 더 부드럽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시장 100%를 다 차지할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대로 소수의 팬으로 이뤄진 니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반드시 보여주자.) 이런 독점력을 기반으로 대기업의 장악력이 약한 부분을 공략하겠습니다."
동시에 어디가 장악력이 약하고 어떤 고객 카테고리에 취약하며 왜 그 부분에 우리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는지를 추가 설명해야 한다.
3. 대기업 입장에서의 생존 전략
그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내부 R&D나 신사업팀에 의존하는 형태로는 성장이 어렵다. 이들 기능의 존재 이유는 자사의 주력 시장에서의 '점진적 개선'이므로 신성장 동력 발굴, 특히나 기존 시장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과격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R&D만 해도 기존 제품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기가 쉽고 장기적인 원천 기술의 연구는 기업에서 환영받기가 어렵다.
신사업팀의 문제는 기존의 '주력 시장'은 배제한 채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신사업팀이 주력 시장을 전복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 해당 팀의 임원은 짐 싸야 한다. 주력 사업의 사업부장이면 통상적으로 최고위 경영진이며 거기 비하면 신사업팀 임원은 말단이니까.
그래서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애플 아이폰이나 아마존 AWS처럼 내부에서 신사업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확률이 너무 떨어지는 일이고 대부분은 외부를 탐색하고 M&A를 한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사거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사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 너무 전통적인 방식이라 굳이 추가로 코멘트할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스타트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등으로 기회를 찾는 것인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여기서 대기업이 병력이 많은 것처럼 느긋하게 굴다가는 돈만 날리게 된다. 새로 찾은 기회에 확실하게 역량을 집중시키고 세그먼트 하나씩 차근차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던지, 아니면 본대와는 완전히 따로 구성된 별동대를 투입해서 그들이 자신의 힘으로 거점을 확보하게 만든 뒤에 M&A해야 한다.
별동대로서 성장한 이 기업은 어쨌든 모기업 출신이므로, 일반 스타트업보다 핏을 맞추기가 용이하다. 게다가 바로 대기업 직원이었던 별동대가 스타트업과 동일한 약육강식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았으니 그 가치와 역량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그러니 M&A가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전략의 핵심은 전격전을 통해 작은 세그먼트에서 한 순간이나마 우세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다.
- 대기업이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1) 연관 기술을 가진 완성 기업을 M&A하거나 2) 주력 사업은 최소한의 운영 인력만 남긴채 새로운 기회에 모든 자원을 All-in 하거나 3) 아니면 3) 독립적인 팀을 구성한 후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기도해야 한다.
- 대기업의 레이더망의 포착될 정도의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의 일개 사업부 수준은 넘어섰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협이 될 것 같다면 전사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경쟁에서 찍어 누르던지, 회사 내의 가장 전투적이고 유능한 인력을 독립시킨 후 해당 스타트업을 따라잡으면 절대 다수의 지분을 인정하며 M&A 하는 수밖에 없다.
- 가장 멍청한 짓이 스타트업과 경쟁해야 할 사업부에 대응 방안을 과제로 내주고 내버려 두는 거다.
이 복 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전쟁으로 살펴보는 경영전략
2010년대 중반부터 스타트업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다. '왜 대기업이 스타트업한테 못 이기는 걸까?'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내연기관 업체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크고, 카카오뱅크의 시가 총액은 - 비록 최근에 박살이 나긴 했지만 - 영업 이익 6조 원이 넘는 신한지주보다 여전히 크다. 쿠팡과 롯데는 아예 비교 불가 수준이다.
대기업은 규모는 물론이고 시장에서의 업력 또한 엄청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뛰어난 인력은 다 흡수한 조직이다. 그런데 왜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선 후퇴하게 되는 걸까?
1.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략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략은 'Blitzkreig', 우리말로 전격전이었다. 독일군의 능력으로는 유럽 전체를 휘젓는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공격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한 곳에 가용 병력을 집중시켰다. 그때, 그 전쟁터에서 만큼은 상대보다 숫자와 화력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상대를 무너뜨리고 이후에는 각개격파하여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쟁터의 선택, 그리고 속도다. (스타트업에서 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Time to market과 Lean startup이 중시되는지 알 수 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전략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수 측에서는 상대의 전격전에 말려드는건 피해야한다는 뜻도 되겠다.
만약에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에게 최소한의 퇴로를 준비할 시간을 준 다음에 외곽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섬멸하는 방식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거대한 하나의 본대와 소수의 파괴력 강한 별동대로 군을 구성해서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차츰차츰 전진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방어측에서는 공격군의 머릿수와 힘에 압도당하고, 최전선이 무너지면서 공포가 퍼져나간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방어군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공격측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교과서적인 전략이고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요지는 이거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말고, 전선을 분산시키지 말 것이며 동시에 적군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별동대를 이용해 최전선의 방어군을 각개격파하는 것.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맥을 못추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2.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이유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과 역량 전부를 작은 영역(시장)에 집중시켜서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내는 전략을 택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발견한 이 작은 시장과 고객의 사소한 니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심한다. 한 쪽은 전격전에 목숨을 걸고 다른 한 쪽은 느긋하게 대처하는 셈인데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보지 않아도 감이 온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수백, 수천개 업체가 덤벼들어서 그중에 한 두개만 살아남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과정을 거쳐 뾰족해진다. 하지만 대기업은 우리 시장에 나타난 스타트업을 그저 매출액 규모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그들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뒤늦게 레이더에 포착된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의 일개 사업부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입이 떡 벌어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시장을 휘어잡은 존재가 아니다. 작지만 한 곳에 힘을 집중시켜 나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 영역을 기반으로 주변을 쓸어버리며 성장했다. 전형적인 전격전인 셈.
피터 틸이 저서 'Zero to one'에서 얘기한 '작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확보'가 바로 이 전략이다. 비록 수는 적더라도 고객 기반이 단단하다면, 즉 소수의 팬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절대로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그러니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진출한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 미팅에서 "대기업이 진출하면 어떡할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별로 걱정 안되는데요"할 게 아니라 대답을 좀 더 부드럽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시장 100%를 다 차지할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대로 소수의 팬으로 이뤄진 니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반드시 보여주자.) 이런 독점력을 기반으로 대기업의 장악력이 약한 부분을 공략하겠습니다."
동시에 어디가 장악력이 약하고 어떤 고객 카테고리에 취약하며 왜 그 부분에 우리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는지를 추가 설명해야 한다.
3. 대기업 입장에서의 생존 전략
그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내부 R&D나 신사업팀에 의존하는 형태로는 성장이 어렵다. 이들 기능의 존재 이유는 자사의 주력 시장에서의 '점진적 개선'이므로 신성장 동력 발굴, 특히나 기존 시장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과격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R&D만 해도 기존 제품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기가 쉽고 장기적인 원천 기술의 연구는 기업에서 환영받기가 어렵다.
신사업팀의 문제는 기존의 '주력 시장'은 배제한 채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신사업팀이 주력 시장을 전복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 해당 팀의 임원은 짐 싸야 한다. 주력 사업의 사업부장이면 통상적으로 최고위 경영진이며 거기 비하면 신사업팀 임원은 말단이니까.
그래서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애플 아이폰이나 아마존 AWS처럼 내부에서 신사업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확률이 너무 떨어지는 일이고 대부분은 외부를 탐색하고 M&A를 한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사거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사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 너무 전통적인 방식이라 굳이 추가로 코멘트할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스타트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등으로 기회를 찾는 것인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여기서 대기업이 병력이 많은 것처럼 느긋하게 굴다가는 돈만 날리게 된다. 새로 찾은 기회에 확실하게 역량을 집중시키고 세그먼트 하나씩 차근차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던지, 아니면 본대와는 완전히 따로 구성된 별동대를 투입해서 그들이 자신의 힘으로 거점을 확보하게 만든 뒤에 M&A해야 한다.
별동대로서 성장한 이 기업은 어쨌든 모기업 출신이므로, 일반 스타트업보다 핏을 맞추기가 용이하다. 게다가 바로 대기업 직원이었던 별동대가 스타트업과 동일한 약육강식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았으니 그 가치와 역량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그러니 M&A가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 복 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