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차 C라운지 주제인 '신사업 발굴. 누구와 어떻게?'에 관해 시간 관계상 깊게 논의드리지 못했던 내용을 설명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화해야 할지, 그리고 무슨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할지에 관해 스타트업은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업체가 생겨나고 거의 무한 반복에 가깝게 테스트가 이뤄져 왔기에 이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있는 셈이다. 물론 케이스가 많고 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서 제품화 및 테스트가 용이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반면에 중견이나 대기업에게는 의외로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어떻게 보면 가이드라인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산업이나 기술 영역별로 사업 형태가 다른데다 경영자의 능력도 천차만별, 소속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하니 말이다.
굳이 야구 선수에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수준까지야 기량 성장을 위한 명확한 훈련법과 커리큘럼이 존재하지만 프로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겠다.
그래도 기존 기업들에게 성장 가이드라인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 Top-down: 산업구조에서 출발해서 기회 요인과 실행방안을 찾는 관점
- Bottom-up: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자사 보유 역량에 기반, 새로운 기회와 실행 방안을 탐색하는 관점
1. Top-down 관점에서의 신사업 추진
Top-down적인 시각을 다른 말로는 Industrial Organization(IO)라고 한다. 정치, 경제, 산업 및 기술의 구조, 그리고 그 변화가 개별 기업체와 연결되는 지점을 설명하는 관점인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마이클 포터(Michael Poter)의 5 Forces다.
보통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검토할 때도 가장 흔하게 검토하는 방식이 ‘산업내에서 우리의 위치' 그리고 '진출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Portfolio 적인 접근을 하는데, 이 역시 산업구조론적인 시각이다. 가령 우리가 대형마트와 편의점과 온라인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멤버십 창고형 매장진출을 고민하는 것과 같다.
Top-down적 시각의 또 다른 대표 요소는 바로 '기술 변화 추이'와 '경쟁사 동향'이다. Ai 시장이 커지면 단순히 DRAM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HBM 사업에 진출하는 논리인데,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가 애매하고 기존 DRAM으로도 충분히 큰 돈을 벌고 있었느니 이런 변화에 시큰둥했던 반면, 하이닉스는 기존 구조 안에서는 2등에 만족해야 할 신세이니 도전했고, Chat GPT의 등장을 힘입어 도박수가 먹힌 것이다.
이처럼 기술적 변화와 시장 수요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R&D 조직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가 가솔린에서 디젤로,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를 모두 만들어내는 조직이 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현대차는 신사업보다는 신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한국식 Top-down 전략은 시장 혁신자가 등장하면 그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빠르게 쫓아가는 식으로, 신사업 또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전기차는 계륵같아서 국내 기업 누구도 여기에 손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SK온이나 포스코 퓨처엠같은 국내 그룹 계열사들이 신사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주도자가 아닌 추종자이다보니 전기차 판매량이 캐즘에 빠진 요즘은 다 같이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한국식 경영 문화의 취약성으로도 볼 수 있겠다.
2. Bottom-up 관점의 신사업 추진 - 모나미와 엔비디아
Bottom-up 관점의 경우, 산업이나 거시 경제 차원의 변화도 물론 고려하지만 개별 기업이 보유한 역량 중 새로운 성장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와 그 활용 방안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실제 중에서 1)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면서도 2) 타사에서 쉽게 복제하거나 대체재를 구할 수 없는 것을 '자원(Resource)'이라고 부른다.
어느 기업이나 자신들의 자원을 검토한 후 신사업에 나선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시장이 매력적이어서 신사업에 나서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면 만들다가 Ai 산업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가 보유한 '자원'에 관해 착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국내 필기구 제조사 '모나미'는 볼펜에서 벗어나서 프리미엄 153 시리즈와 같이 고급 문구류는 물론이고 발뮤다같이 차별화된 인테리어나 소형가전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모나미는 색조화장품 ODM을 선택했다.
화장품 ODM은 제조 설비 투자와 색조 제품 개발 R&D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가동률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안정적 거래처의 확보가 필수다. 모나미는 필기구 잉크를 만든 경험이 있으니 색조 제품 제조에도 역량이 있다고 보고(즉, 자원으로 생각하고) 색조 화장품 ODM을 신사업으로 골랐을 것이다. 여기까지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기술적 자원이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의 자원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형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업력과 B2B 마케팅 능력 등등 말이다. 이런 자원이 존재하는지는 내부자가 아니기에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지금보다 실적이 훨씬 더 좋았어야 한다.
사업 실행 단계에서의 자원을 등한시하면 결국 사업은 부진에 빠지게 된다. GPU를 게임기와 PC 그래픽 보드 용도로만 팔면 시장이 너무 제약된다고 생각한 엔비디아는 CUDA를 개발해서 GPU를 다양한 소프트웨어 구축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단기간에 열리지는 않았고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을 거치며 10년 이상을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생성형 AI를 만나 잠재력이 폭발하는 보상을 받게 된다.
보통 엔비디아의 자원은 GPU 기술력이나 CUDA 플랫폼이라고 하겠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자원은 1) 단순 그래픽용이 아닌,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프로세서로 활용할 사용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2) 관련 생태계에 있는 연구원과 개발자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한 집요함이었을 것이다.
3. 두 기지 논리의 활용법
신사업이나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Top-down과 Bottom-up 방식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거시적으로 기회 요인을 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자원을 활용하며 차별성을 만들어 낼지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외부적 기회 요인이 없을 수도 있고, 기회는 있지만 자원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보유한 자원의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MS조차도 스마트폰 등장 이후 10여 년간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사이 MS는 게임 시장에서 역량을 키웠고 수많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면서 Ai 분야에 대한 투자도 했다. 보유 자원이 부족하면 이처럼 '학습'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 M&A로 치고 나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것이 기업으로서의 전략적 접근인 것인지, 아니면 금융 투자자로서 무리한 '지름'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반대로 자원은 갖추고 있지만 시장에서 기회가 안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유한 자원이 '실질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어 낼 방법을 집요하게 탐색하며 파트너 또는 구매자가 나타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 식품 수입사였던 '길림양행'이 HBAF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 가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타사 사례지만 허니버터칩이 성공한 것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를 캐치한 것이다. 여기에 자기들의 전문성인 아몬드를 결합해서 브랜드화 시킨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 사후적인 해석, 또는 그냥 얻어 걸린 사례에 의미를 덮어씌운 것 같지만 사실은 길림양행은 이전부터 계속 아몬드 원물을 수입하며 낮은 마진에 들들 볶이면서도 소비재 시장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노력이 수면을 뚫고 나온 것이 HBAF인 셈이다.
중견이나 대기업들은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하면 금융 투자처럼 신사업을 대하거나, 자원에 대해 착각해서 '공급자 중심 시각'으로만 사업에 접근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Top-down과 Bottom-up 시각 사이의 균형점을 끊임없이 탐색해야 한다는 것, 특히 기업이 크면 클수록 보유한 자원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6월 2차 C라운지 주제인 '신사업 발굴. 누구와 어떻게?'에 관해 시간 관계상 깊게 논의드리지 못했던 내용을 설명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화해야 할지, 그리고 무슨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할지에 관해 스타트업은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업체가 생겨나고 거의 무한 반복에 가깝게 테스트가 이뤄져 왔기에 이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있는 셈이다. 물론 케이스가 많고 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서 제품화 및 테스트가 용이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반면에 중견이나 대기업에게는 의외로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어떻게 보면 가이드라인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산업이나 기술 영역별로 사업 형태가 다른데다 경영자의 능력도 천차만별, 소속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하니 말이다.
굳이 야구 선수에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수준까지야 기량 성장을 위한 명확한 훈련법과 커리큘럼이 존재하지만 프로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발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겠다.
그래도 기존 기업들에게 성장 가이드라인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1. Top-down 관점에서의 신사업 추진
Top-down적인 시각을 다른 말로는 Industrial Organization(IO)라고 한다. 정치, 경제, 산업 및 기술의 구조, 그리고 그 변화가 개별 기업체와 연결되는 지점을 설명하는 관점인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마이클 포터(Michael Poter)의 5 Forces다.
보통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검토할 때도 가장 흔하게 검토하는 방식이 ‘산업내에서 우리의 위치' 그리고 '진출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Portfolio 적인 접근을 하는데, 이 역시 산업구조론적인 시각이다. 가령 우리가 대형마트와 편의점과 온라인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멤버십 창고형 매장진출을 고민하는 것과 같다.
Top-down적 시각의 또 다른 대표 요소는 바로 '기술 변화 추이'와 '경쟁사 동향'이다. Ai 시장이 커지면 단순히 DRAM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HBM 사업에 진출하는 논리인데,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가 애매하고 기존 DRAM으로도 충분히 큰 돈을 벌고 있었느니 이런 변화에 시큰둥했던 반면, 하이닉스는 기존 구조 안에서는 2등에 만족해야 할 신세이니 도전했고, Chat GPT의 등장을 힘입어 도박수가 먹힌 것이다.
이처럼 기술적 변화와 시장 수요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R&D 조직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가 가솔린에서 디젤로,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를 모두 만들어내는 조직이 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현대차는 신사업보다는 신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한국식 Top-down 전략은 시장 혁신자가 등장하면 그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빠르게 쫓아가는 식으로, 신사업 또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전기차는 계륵같아서 국내 기업 누구도 여기에 손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SK온이나 포스코 퓨처엠같은 국내 그룹 계열사들이 신사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주도자가 아닌 추종자이다보니 전기차 판매량이 캐즘에 빠진 요즘은 다 같이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한국식 경영 문화의 취약성으로도 볼 수 있겠다.
2. Bottom-up 관점의 신사업 추진 - 모나미와 엔비디아
Bottom-up 관점의 경우, 산업이나 거시 경제 차원의 변화도 물론 고려하지만 개별 기업이 보유한 역량 중 새로운 성장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와 그 활용 방안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실제 중에서 1)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면서도 2) 타사에서 쉽게 복제하거나 대체재를 구할 수 없는 것을 '자원(Resource)'이라고 부른다.
어느 기업이나 자신들의 자원을 검토한 후 신사업에 나선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시장이 매력적이어서 신사업에 나서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면 만들다가 Ai 산업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가 보유한 '자원'에 관해 착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국내 필기구 제조사 '모나미'는 볼펜에서 벗어나서 프리미엄 153 시리즈와 같이 고급 문구류는 물론이고 발뮤다같이 차별화된 인테리어나 소형가전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모나미는 색조화장품 ODM을 선택했다.
화장품 ODM은 제조 설비 투자와 색조 제품 개발 R&D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가동률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안정적 거래처의 확보가 필수다. 모나미는 필기구 잉크를 만든 경험이 있으니 색조 제품 제조에도 역량이 있다고 보고(즉, 자원으로 생각하고) 색조 화장품 ODM을 신사업으로 골랐을 것이다. 여기까지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기술적 자원이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의 자원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형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업력과 B2B 마케팅 능력 등등 말이다. 이런 자원이 존재하는지는 내부자가 아니기에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지금보다 실적이 훨씬 더 좋았어야 한다.
사업 실행 단계에서의 자원을 등한시하면 결국 사업은 부진에 빠지게 된다. GPU를 게임기와 PC 그래픽 보드 용도로만 팔면 시장이 너무 제약된다고 생각한 엔비디아는 CUDA를 개발해서 GPU를 다양한 소프트웨어 구축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단기간에 열리지는 않았고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을 거치며 10년 이상을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생성형 AI를 만나 잠재력이 폭발하는 보상을 받게 된다.
보통 엔비디아의 자원은 GPU 기술력이나 CUDA 플랫폼이라고 하겠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자원은 1) 단순 그래픽용이 아닌,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프로세서로 활용할 사용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2) 관련 생태계에 있는 연구원과 개발자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한 집요함이었을 것이다.
3. 두 기지 논리의 활용법
신사업이나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Top-down과 Bottom-up 방식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거시적으로 기회 요인을 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자원을 활용하며 차별성을 만들어 낼지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외부적 기회 요인이 없을 수도 있고, 기회는 있지만 자원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보유한 자원의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MS조차도 스마트폰 등장 이후 10여 년간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사이 MS는 게임 시장에서 역량을 키웠고 수많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면서 Ai 분야에 대한 투자도 했다. 보유 자원이 부족하면 이처럼 '학습'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 M&A로 치고 나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것이 기업으로서의 전략적 접근인 것인지, 아니면 금융 투자자로서 무리한 '지름'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반대로 자원은 갖추고 있지만 시장에서 기회가 안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유한 자원이 '실질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어 낼 방법을 집요하게 탐색하며 파트너 또는 구매자가 나타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 식품 수입사였던 '길림양행'이 HBAF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 가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타사 사례지만 허니버터칩이 성공한 것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를 캐치한 것이다. 여기에 자기들의 전문성인 아몬드를 결합해서 브랜드화 시킨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 사후적인 해석, 또는 그냥 얻어 걸린 사례에 의미를 덮어씌운 것 같지만 사실은 길림양행은 이전부터 계속 아몬드 원물을 수입하며 낮은 마진에 들들 볶이면서도 소비재 시장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노력이 수면을 뚫고 나온 것이 HBAF인 셈이다.
중견이나 대기업들은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하면 금융 투자처럼 신사업을 대하거나, 자원에 대해 착각해서 '공급자 중심 시각'으로만 사업에 접근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Top-down과 Bottom-up 시각 사이의 균형점을 끊임없이 탐색해야 한다는 것, 특히 기업이 크면 클수록 보유한 자원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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