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 당시 그림 / 디오스코로 푸에블라 작품 (1862)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했을 당시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콜럼버스..인 이유는 그동안의 마케팅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업기획, 상품기획, 마케팅 방식은 대부분 1970년대 본격 시작되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객 니즈를 발견하고 거기 맞는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린다'였습니다. 이런 전제는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 케이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신대륙같은 고객의 니즈를 찾는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생활 전반이 충족되지 않았던 과거를 '결핍의 시대'라고 한다면 요즘은 다소 수준 차이는 있을지언정 의식주에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죠.
생존보다는 소유 그 자체를 위한 '풀(Full)소유의 시대'인 셈인데, 결핍의 논리를 풀소유에 적용하면 효과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진을 또 볼까요?
출처: freepik
우리집 거실같이 어질러진 사진입니다. 쓸데없는 물건들이 막 널부러져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막상 쓸모없는 물건은 또 없죠. 비록 여기저기 막 던져져 있지만 살 때는 모두 필요해서 산 물건들입니다.
즉, 우리가 상대해야 할 고객은 이미 필요한 것은 다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니즈를 찾아서 만족시킨다'는 전제가 통하지 않죠. 상품기획, 마케팅, 신사업에서는 '이미 있는 물건을 어떻게 해야 더 사게 만들 수 있을까'가 더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당신이 고객에 대해 착각하는 세 가지
고객들에게 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고객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시 바라봐야 하죠. 아래는 마케터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착각 세 가지입니다.
- 고객은 니즈를 충족시키면 지갑을 연다 - 풀소유의 시대. 앞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합리성과 능동성을 전제해야만 제품과 서비스 기획이 가능해지니까요. 하지만 필드에서는 다른 경우가 많으니 반반이라는 의미입니다.
- 고객은 필요한 물건을 산다 - 이것도 반반입니다. 필요해도 사지만 아니어도 사죠. 여러분이 최근에 지른 것들을 한 번 떠올려봅시다. 아니, 지름신이라는 말 자체가 필요해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죠.
위 세 가지는 제품 및 서비스 기획에 있어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착각'이라는 워딩을 쓴 것은 이 전제에만 갇혀있으면 정말로 고객에게 팔릴 만한 것들을 만들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착각에 대해 얘기했으니, 이제 해결책도 한 번 살펴볼까요? 우선 첫 번째부터 봅시다.
리서치 속 고객 VS 실제 고객
친환경 의식조사 결과 / 출처: KB 트렌드 보고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 (’21.9)
금융기관에서 발행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제품이면 구매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팔아보면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효용은 동일한데 경쟁사 제품보다 10% 비싸다면 실제 고객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됩니다. 친환경이라는 워딩에 관심은 가겠지만 말입니다. 이는 곧 친환경이 구매의 가장 큰 요인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건이나 건강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 리서치하면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대표적인 카테고리죠. 그렇지만 이걸 믿고 제품을 출시했던 기업들은 예외없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손해를 본 곳은 국내 대표 식품 대기업인 A사였습니다.
A사의 주력 제품군은 라면입니다. A사의 B라면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그런 제품이죠. 몇 해 전 A사는 B라면의 건강식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앞으로 건강식과 비건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생산 라인에 베팅한 셈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했고 5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쉬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 B라면' 기획 단계에서 고객 리서치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A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 라면도 먹고 싶지만 건강도 챙기고 싶다.
- 기름기가 쏙 빠져서 몸에 부담없을 것 같다.
- 기름에 튀기지 않았는데도 면이 쫄깃쫄깃 맛있다.
- 일본에서 먹었던 라멘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좋다.
리서치만보면 완전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설비에 투자한 거죠. 하지만 건강하고 맛있어서 너무 좋다던 고객들은 여전히 기름에 튀긴 라면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건강라면 라인 가동률 또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죠..
기획쟁이들이나 마케터들끼리 '결국 쿠팡'이라며 쓴웃음을 짓곤 하는데요, 고객들이 인터뷰 할 때는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구매는 쿠팡, 그러니까 싼 곳에서 한다는 뜻입니다. (쿠팡이 가장 싼 곳이 아니게 된지는 꽤 되었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쿠팡이 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나 리서치는 참고할 만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긴 합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한 단계를 더 들어가봐야 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는 이유는 뭘까?
한 단계를 더 들어간다는 것은 고객의 심리적 요인을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이것 또한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말이 아니라 진짜 이유를 추론하는 연습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예로 들어봅시다. 물론 자연을 보호한다는 대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고객들은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머릿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분들을 제외하고 그냥 보통 고객들, 어떨 때는 일반 제품을 쓰지만 또 가끔은 친환경 제품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우선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별 생각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배달 용기를 소비하지만 주말 쯤 분리수거통을 보면 가득 쌓인 일회용품에 놀라곤 하죠. 앞으로는 덜 써야겠다는 반성이 됩니다.
'뿌듯함'도 있을 것 같아요.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쓰고 생수통 라벨을 제거하다보면 나도 소소하게 자연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있는 나'를 과시하고픈 욕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쓰고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는 거죠. MZ 사이에 유행했던 플로깅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고객은 결국 니즈가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을 자극하거나 해결해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고객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강 재 상 코치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 현대카드/캐피탈 브랜드 매니저, 두산인프라코어 마케팅 파트장, 브랜드 메이저 전략 컨설팅, ST Unitas 본부장
- 저서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SNS : Facebook |Careerly |Blog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 당시 그림 / 디오스코로 푸에블라 작품 (1862)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했을 당시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콜럼버스..인 이유는 그동안의 마케팅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업기획, 상품기획, 마케팅 방식은 대부분 1970년대 본격 시작되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객 니즈를 발견하고 거기 맞는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린다'였습니다. 이런 전제는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 케이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신대륙같은 고객의 니즈를 찾는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생활 전반이 충족되지 않았던 과거를 '결핍의 시대'라고 한다면 요즘은 다소 수준 차이는 있을지언정 의식주에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죠.
생존보다는 소유 그 자체를 위한 '풀(Full)소유의 시대'인 셈인데, 결핍의 논리를 풀소유에 적용하면 효과가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진을 또 볼까요?
출처: freepik
우리집 거실같이 어질러진 사진입니다. 쓸데없는 물건들이 막 널부러져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막상 쓸모없는 물건은 또 없죠. 비록 여기저기 막 던져져 있지만 살 때는 모두 필요해서 산 물건들입니다.
즉, 우리가 상대해야 할 고객은 이미 필요한 것은 다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니즈를 찾아서 만족시킨다'는 전제가 통하지 않죠. 상품기획, 마케팅, 신사업에서는 '이미 있는 물건을 어떻게 해야 더 사게 만들 수 있을까'가 더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당신이 고객에 대해 착각하는 세 가지
고객들에게 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고객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시 바라봐야 하죠. 아래는 마케터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착각 세 가지입니다.
위 세 가지는 제품 및 서비스 기획에 있어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착각'이라는 워딩을 쓴 것은 이 전제에만 갇혀있으면 정말로 고객에게 팔릴 만한 것들을 만들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착각에 대해 얘기했으니, 이제 해결책도 한 번 살펴볼까요? 우선 첫 번째부터 봅시다.
리서치 속 고객 VS 실제 고객
친환경 의식조사 결과 / 출처: KB 트렌드 보고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 (’21.9)
금융기관에서 발행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제품이면 구매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팔아보면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효용은 동일한데 경쟁사 제품보다 10% 비싸다면 실제 고객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됩니다. 친환경이라는 워딩에 관심은 가겠지만 말입니다. 이는 곧 친환경이 구매의 가장 큰 요인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건이나 건강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 리서치하면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대표적인 카테고리죠. 그렇지만 이걸 믿고 제품을 출시했던 기업들은 예외없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손해를 본 곳은 국내 대표 식품 대기업인 A사였습니다.
A사의 주력 제품군은 라면입니다. A사의 B라면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그런 제품이죠. 몇 해 전 A사는 B라면의 건강식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앞으로 건강식과 비건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생산 라인에 베팅한 셈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했고 5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쉬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 B라면' 기획 단계에서 고객 리서치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A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서치만보면 완전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설비에 투자한 거죠. 하지만 건강하고 맛있어서 너무 좋다던 고객들은 여전히 기름에 튀긴 라면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건강라면 라인 가동률 또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죠..
기획쟁이들이나 마케터들끼리 '결국 쿠팡'이라며 쓴웃음을 짓곤 하는데요, 고객들이 인터뷰 할 때는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구매는 쿠팡, 그러니까 싼 곳에서 한다는 뜻입니다. (쿠팡이 가장 싼 곳이 아니게 된지는 꽤 되었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쿠팡이 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나 리서치는 참고할 만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긴 합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한 단계를 더 들어가봐야 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는 이유는 뭘까?
한 단계를 더 들어간다는 것은 고객의 심리적 요인을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이것 또한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말이 아니라 진짜 이유를 추론하는 연습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예로 들어봅시다. 물론 자연을 보호한다는 대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고객들은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머릿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분들을 제외하고 그냥 보통 고객들, 어떨 때는 일반 제품을 쓰지만 또 가끔은 친환경 제품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우선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별 생각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배달 용기를 소비하지만 주말 쯤 분리수거통을 보면 가득 쌓인 일회용품에 놀라곤 하죠. 앞으로는 덜 써야겠다는 반성이 됩니다.
'뿌듯함'도 있을 것 같아요.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쓰고 생수통 라벨을 제거하다보면 나도 소소하게 자연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있는 나'를 과시하고픈 욕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쓰고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는 거죠. MZ 사이에 유행했던 플로깅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고객은 결국 니즈가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을 자극하거나 해결해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고객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강 재 상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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