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사업'이란 제품 기획 - 생산 - 판매 - 매출 등 하나의 밸류체인에 기반한 사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신라면과 육개장 사발면은 맛과 형태는 다르지만 유통과정이 거의 동일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라면'이라는 큰 범주에 묶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매출 증가를 목표로 R&D, 생산, 물류, 영업 등 각 분야에서 일사분란한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되어 있거나 경쟁사가 매우 강력한 경우에는 이런 운영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서 신제품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기존 산업 전체의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라면 얘기는 심각해진다. 이럴 때 기업은 신제품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산업 영역을 개척하려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새로운 먹거리, 즉 신사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신사업 추진의 기본 방향성 3
첫 번째는 기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확인했으나 기존 사업을 통해서는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 선택하는 전략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멀티 레이블을 두거나 영화사들이 프로덕션을 가지는 것이 가장 흔한 케이스다. '(고객) 개인의 취향'은 하나의 사업/제품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국가간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단순 수출로는 힘들고 경쟁력 유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수평 계열화'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두 번째는 수직 계열화다. 밸류체인의 안정성, 그리고 협력사 등과의 유기적 협업이 제품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데, 오랜 시간 표준을 만들고 그 표준에 맞춰 수많은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기 때문. 이런 중후장대 사업들은 밸류체인을 단단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직 계열화를 택하게 된다.
세 번째는 다양한 이종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에 가까운 이런 방식은 디즈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디즈니는 처음엔 단순한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었다. 만화를 만들면서 얻은 IP를 기반으로 테마파크, 캐릭터 사업, 영화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자체 IP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외부 프로덕션을 사들였다.
이런 형태에 만족했다면 그냥 멀티플 비즈니스가 되겠지만 디즈니는 프로덕션들에 자기 색깔을 입히고 성장시켰다. 기존의 테마마크, 캐릭터 사업, OTT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멀티플과 수직 계열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디즈니가 여러 사업체를 엮어서 자기들만의 강력한 철학과 특성을 반영한 이런 전략을 'Corporate Strategy'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업다각화'에 가까운 개념일테고, 보다 한국적 관점으로는 아마도 '대기업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재벌 시스템이야말로 총수 개인의 특성이 다양한 이종 산업에 반영되는 구조니까.
2. 기존 사업 경영진이 받는 압박들
세 가지 신사업 추진 전략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더욱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기존 사업을 책임지는 경영진, 그리고 그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시작할 때 기존 사업의 경영진은 크게 두 가지의 압박을 받는다. 첫 번째는 지금 돈 잘 버는데 왜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느냐, 기존 사업의 성장에 집중하는게 낫다는 것. 신사업,R&D 등에는 당연히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규모가 적지 않을 뿐더러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려하는 주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될 때도 동일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자주 언급하는 Kodak, 그리고 LG 스마트폰 사례(관련글 클릭)가 대표적이다.
어느 경우든 경영진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경영진의 인사이트나 유명세든 새로운 일을 벌여야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면 기존 사업의 주주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받는 두 번째 압박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담당할 인력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영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고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전장에 파견된 특수부대, 혹은 지역에서 고용한 용병같은 존재다.
하지만 신사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의 경영진 및 주주들을 '내가 하고 싶은 사업에 돈 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기 쉽상이다. 특히나 기존 사업이 가진 자원의 도움을 별로 못 받는 경우에는 신사업 경영진은 자기 사업의 주주(그러니까 기존 사업 경영진)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이 예상보다 큰 성과를 올리게 되면 MBO(Management Buy Out) 생각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고생은 내가 했는데 돈은 왜 니들이 벌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3. 사업부만 추가하는 경우라면?
괜히 속 시끄러운 꼴 보느니 그냥 기존 회사 안에서 사업부만 늘리는 형태는 어떨까?
이런 경우엔 신사업에 맞는 역량과 열의를 갖춘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업 추진에 대한 독립성은 없고 그냥 월급쟁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파격적인 보상을 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엔 기존 인력들의 반발을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문법이 아예 다르거나 해외에서 신사업을 해야 할 경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축구팀 안에 배구팀 추가하면 당연히 꼬일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기존 사업과 성격이 매우 다른 경우에는 결국 법인 단위로 나뉘고 신사업 책임자는 경영자로, 기존 기업은 대주주로 교통정리를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신성장 동력 발굴은 단순히 '우리도 저 사업 해보면 좋겠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 구조도 조정해야 하고 그에 따른 갈등 또한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뒷감당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사업이 보유한 경영 자원의 경쟁력 여부이고, 이런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시장에서 신사업을 벌이는 경우 기존 사업체는 단지 재무적 투자자로 전락, 신사업 경영진에게도 별로 의미없는 존재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모양새는 당연히 기존 기업의 주주들에게도 '자발적인 신규 투자 기회 탐색'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너무 형편 없어서 새로운 사업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서 코닥 사례에서 정리한 것처럼 Milking cow하고 회사를 해산하는 것이 주주들에 대한 최선의 선택이다.
두산이 맥주 팔다가 중공업으로 사업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친 것은 어찌보면 우리나라니까 가능했던 셈.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기업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사업'이란 제품 기획 - 생산 - 판매 - 매출 등 하나의 밸류체인에 기반한 사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신라면과 육개장 사발면은 맛과 형태는 다르지만 유통과정이 거의 동일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라면'이라는 큰 범주에 묶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매출 증가를 목표로 R&D, 생산, 물류, 영업 등 각 분야에서 일사분란한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되어 있거나 경쟁사가 매우 강력한 경우에는 이런 운영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서 신제품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기존 산업 전체의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라면 얘기는 심각해진다. 이럴 때 기업은 신제품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산업 영역을 개척하려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새로운 먹거리, 즉 신사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신사업 추진의 기본 방향성 3
첫 번째는 기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확인했으나 기존 사업을 통해서는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 선택하는 전략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멀티 레이블을 두거나 영화사들이 프로덕션을 가지는 것이 가장 흔한 케이스다. '(고객) 개인의 취향'은 하나의 사업/제품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국가간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단순 수출로는 힘들고 경쟁력 유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수평 계열화'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두 번째는 수직 계열화다. 밸류체인의 안정성, 그리고 협력사 등과의 유기적 협업이 제품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데, 오랜 시간 표준을 만들고 그 표준에 맞춰 수많은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기 때문. 이런 중후장대 사업들은 밸류체인을 단단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직 계열화를 택하게 된다.
세 번째는 다양한 이종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에 가까운 이런 방식은 디즈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디즈니는 처음엔 단순한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었다. 만화를 만들면서 얻은 IP를 기반으로 테마파크, 캐릭터 사업, 영화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자체 IP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외부 프로덕션을 사들였다.
이런 형태에 만족했다면 그냥 멀티플 비즈니스가 되겠지만 디즈니는 프로덕션들에 자기 색깔을 입히고 성장시켰다. 기존의 테마마크, 캐릭터 사업, OTT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멀티플과 수직 계열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디즈니가 여러 사업체를 엮어서 자기들만의 강력한 철학과 특성을 반영한 이런 전략을 'Corporate Strategy'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업다각화'에 가까운 개념일테고, 보다 한국적 관점으로는 아마도 '대기업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재벌 시스템이야말로 총수 개인의 특성이 다양한 이종 산업에 반영되는 구조니까.
2. 기존 사업 경영진이 받는 압박들
세 가지 신사업 추진 전략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더욱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기존 사업을 책임지는 경영진, 그리고 그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시작할 때 기존 사업의 경영진은 크게 두 가지의 압박을 받는다. 첫 번째는 지금 돈 잘 버는데 왜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느냐, 기존 사업의 성장에 집중하는게 낫다는 것. 신사업,R&D 등에는 당연히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규모가 적지 않을 뿐더러 성공을 확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우려하는 주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될 때도 동일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자주 언급하는 Kodak, 그리고 LG 스마트폰 사례(관련글 클릭)가 대표적이다.
어느 경우든 경영진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경영진의 인사이트나 유명세든 새로운 일을 벌여야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면 기존 사업의 주주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받는 두 번째 압박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담당할 인력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영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고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전장에 파견된 특수부대, 혹은 지역에서 고용한 용병같은 존재다.
하지만 신사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의 경영진 및 주주들을 '내가 하고 싶은 사업에 돈 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기 쉽상이다. 특히나 기존 사업이 가진 자원의 도움을 별로 못 받는 경우에는 신사업 경영진은 자기 사업의 주주(그러니까 기존 사업 경영진)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이 예상보다 큰 성과를 올리게 되면 MBO(Management Buy Out) 생각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고생은 내가 했는데 돈은 왜 니들이 벌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3. 사업부만 추가하는 경우라면?
괜히 속 시끄러운 꼴 보느니 그냥 기존 회사 안에서 사업부만 늘리는 형태는 어떨까?
이런 경우엔 신사업에 맞는 역량과 열의를 갖춘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업 추진에 대한 독립성은 없고 그냥 월급쟁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파격적인 보상을 보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엔 기존 인력들의 반발을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문법이 아예 다르거나 해외에서 신사업을 해야 할 경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축구팀 안에 배구팀 추가하면 당연히 꼬일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기존 사업과 성격이 매우 다른 경우에는 결국 법인 단위로 나뉘고 신사업 책임자는 경영자로, 기존 기업은 대주주로 교통정리를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신성장 동력 발굴은 단순히 '우리도 저 사업 해보면 좋겠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 구조도 조정해야 하고 그에 따른 갈등 또한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뒷감당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사업이 보유한 경영 자원의 경쟁력 여부이고, 이런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시장에서 신사업을 벌이는 경우 기존 사업체는 단지 재무적 투자자로 전락, 신사업 경영진에게도 별로 의미없는 존재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모양새는 당연히 기존 기업의 주주들에게도 '자발적인 신규 투자 기회 탐색'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너무 형편 없어서 새로운 사업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서 코닥 사례에서 정리한 것처럼 Milking cow하고 회사를 해산하는 것이 주주들에 대한 최선의 선택이다.
두산이 맥주 팔다가 중공업으로 사업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친 것은 어찌보면 우리나라니까 가능했던 셈.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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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