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대기업을 둘러싼 환경들
대기업에게 신사업이란 운명같은 과제다. 대기업이 대기업이 된 것은 분명히 주력 사업의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건 시간이 지나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스마트폰도 전세계 사람들의 1/5 이상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되면서 최근엔 교체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된 형세다. 조만간 내연기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기차 시장 또한 성장세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도리어 내연기관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내수 중심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에만 목매다가는 서서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2. 기존의 신사업 아이디어 도출 방식 (1) Top-down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사업 아이디어에 접근했다. 'Top-down' 그리고 'Synergy'가 바로 그것이다.
Top-down은 말 그대로 대기업 최상층부, '회장님' 또는 그에 근접하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신사업의 바탕이 되는 케이스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본업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설탕 팔던 회사가 아부다비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가 하면, 반도체 회사가 생명보험도 파는 것이 우리네 대기업들의 성장 방식이었다.
산업별로 특화되지 않고 해외 기업과의 직접적 경쟁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던 시절, GDP가 낮아서 하나의 산업에서 충분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는 이런 방식이 당연했다. 흔히들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조로 얘기하지만 현재 동남아나 인도, 남미 지역의 기업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경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은 현장 실무자들보다는 최상층부 의사결정자들의 의견이 중시되기 마련이다. 설탕 시장만 바라보던 실무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는 어렵지만 자본의 효율적 투자 기회를 찾는 경영진의 사고방식으로는 가능하니까.
게다가 이런 방식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우리네 문화와도 잘 맞았(었)기에 오랜 시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모바일 혁명, 팬데믹을 계기로 그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고 경쟁 양상을 예측할 수 없을 때도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당장 2022년 국내 유통시장을 보면서 앞으로 2년 이내에 알리와 테무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룹 내에서 모든 정보를 보고 듣는 최고 경영진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흐름이고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 기존의 신사업 아이디어 도출 방식 (2)Synergy
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는 아주 높은 확률로 기존 사업과 '연계'되는 범위에서 나오게 된다. '연계성'이란 간단하게 A산업에 B라는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면 B와 유사한 C를 해본다거나 B 원료 자체를 D라는 새로운 산업에 판매해보는 등등의 시도를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관련 산업 전체를 하나의 판에 그려놓고 특성별로 세그먼트한 뒤에 각 세그먼트 중에서 기존 보유 자원을 활용하면 진입할 수 있고 또 높은 성장율이 기대되는 분야를 신사업 방향성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우리가 아는 고객' 또는 '우리 자원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당연한데, 생소하고 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성장하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래서 대기업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대적 고려 요소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시너지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마트가 편의점 사업에서 고전하고 롯데가 온라인 유통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너지가 가지는 본질적인 맹점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주기보다는 '기존 사업과 연결되어 있는' 시장만 살펴보게 만든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시너지 또한 사업 가설일 뿐이지만 앞뒤가 맞는 이야기 때문에 사실로 착각하게 만든다.
디즈니는 엄청난 시너지를 기대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했을 것이다. 기존 콘텐츠 파워가 충분한데다 마블 스튜디오까지 있으니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는 이야기고 OTT 최강자로 군림할 것만 같다. 현실은 전혀 아니었지만. 결국 신사업이 망가지고 나서야 '시너지 요소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성공하면 정확히 반대가 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시너지의 실체란 결국 신규 투자를 정당화하는 논리적인 개념일 뿐 실재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시너지를 맹신하다가는 신규 신입 시장에서 업의 본질을 무시하는 마이너스 시너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욱 크기도 하고.
4.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Top-down과 Synergy 방식의 문제점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곳이 고객이 아니라 경영진의 머리 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을 가리켜 '공급자적 마인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그동안은 일정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기에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기업은 어떻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할까?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긴 하지만 결국은 다시 '고객 중심'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 '고객에게 ~한 문제가 있는데 우리라면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또는 2) '고객은 못 느끼는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해결하면 고객도 좋고 우리도 좋을 것 같다'는 시각이 필요한 것.
고객과 시장에서 출발하라고 하면 흔히들 마켓 리서치를 더 한다거나 VOC를 수집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 기업의 구성원들이 고객을 진짜로 이해하련느 시선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며
- 여기 기반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위와 무관하게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이 필요하다.
특히나 두 번째에 언급한 '조직 내적 개방성'은 단순 조직문화가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의사결정자에게 두 가지 과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 의사결정자가 해야할 일
의사결정자는 스스로 능동적으로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을 대면하며 시장을 경험하고 또 기회를 찾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 경영자들이 고객사와 만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조율이 오갔고 얼마나 많은 의전을 따졌는지를 생각해보면 고객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시에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특히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조직 내에서 빠르게 에스컬레이션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트라넷에 '직원 제안'같은 게시판을 만들거나 부서별로 아이디어 nnn개씩 내라고 할당하라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이 고객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최고 경영진과 캐주얼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이것을 상당 부분 실현한 회사다. '5개년 계획'처럼 관료주의적인 관행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고객의 요청사항에 대해 계급장 떼고(?) 논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 ) 또한 고객을 직접 만나서 불만사항을 비롯한 이야기들을 직접 듣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한다는 뜻은 그동안의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서 모험과 혁신 속으로 뛰어든다는 뜻이 된다. 아예 생소한 사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우리가 하기엔 벅찰 것 같은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AWB(Amazon Working Backward)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접근법이다. AWS 뿐만 아니라 Amazon fulfillment, Prime video 등이 같은 맥락이라고 하는데, 관료주의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의 소리를 내부에 전달하는 과정을 시스템화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기업 경영진은 고객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또 사업 아이디어를 가볍게 검증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AWB같이 기업 내부에 당연한 문화와 시스템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서 탄생한 사업들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고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능력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1. 현재 대기업을 둘러싼 환경들
대기업에게 신사업이란 운명같은 과제다. 대기업이 대기업이 된 것은 분명히 주력 사업의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건 시간이 지나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스마트폰도 전세계 사람들의 1/5 이상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되면서 최근엔 교체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된 형세다. 조만간 내연기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기차 시장 또한 성장세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도리어 내연기관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내수 중심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에만 목매다가는 서서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2. 기존의 신사업 아이디어 도출 방식 (1) Top-down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사업 아이디어에 접근했다. 'Top-down' 그리고 'Synergy'가 바로 그것이다.
Top-down은 말 그대로 대기업 최상층부, '회장님' 또는 그에 근접하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신사업의 바탕이 되는 케이스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본업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설탕 팔던 회사가 아부다비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가 하면, 반도체 회사가 생명보험도 파는 것이 우리네 대기업들의 성장 방식이었다.
산업별로 특화되지 않고 해외 기업과의 직접적 경쟁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던 시절, GDP가 낮아서 하나의 산업에서 충분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는 이런 방식이 당연했다. 흔히들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조로 얘기하지만 현재 동남아나 인도, 남미 지역의 기업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경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은 현장 실무자들보다는 최상층부 의사결정자들의 의견이 중시되기 마련이다. 설탕 시장만 바라보던 실무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는 어렵지만 자본의 효율적 투자 기회를 찾는 경영진의 사고방식으로는 가능하니까.
게다가 이런 방식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우리네 문화와도 잘 맞았(었)기에 오랜 시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모바일 혁명, 팬데믹을 계기로 그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고 경쟁 양상을 예측할 수 없을 때도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당장 2022년 국내 유통시장을 보면서 앞으로 2년 이내에 알리와 테무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룹 내에서 모든 정보를 보고 듣는 최고 경영진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흐름이고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 기존의 신사업 아이디어 도출 방식 (2)Synergy
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는 아주 높은 확률로 기존 사업과 '연계'되는 범위에서 나오게 된다. '연계성'이란 간단하게 A산업에 B라는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면 B와 유사한 C를 해본다거나 B 원료 자체를 D라는 새로운 산업에 판매해보는 등등의 시도를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관련 산업 전체를 하나의 판에 그려놓고 특성별로 세그먼트한 뒤에 각 세그먼트 중에서 기존 보유 자원을 활용하면 진입할 수 있고 또 높은 성장율이 기대되는 분야를 신사업 방향성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우리가 아는 고객' 또는 '우리 자원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당연한데, 생소하고 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성장하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래서 대기업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대적 고려 요소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시너지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마트가 편의점 사업에서 고전하고 롯데가 온라인 유통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너지가 가지는 본질적인 맹점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주기보다는 '기존 사업과 연결되어 있는' 시장만 살펴보게 만든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시너지 또한 사업 가설일 뿐이지만 앞뒤가 맞는 이야기 때문에 사실로 착각하게 만든다.
디즈니는 엄청난 시너지를 기대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했을 것이다. 기존 콘텐츠 파워가 충분한데다 마블 스튜디오까지 있으니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는 이야기고 OTT 최강자로 군림할 것만 같다. 현실은 전혀 아니었지만. 결국 신사업이 망가지고 나서야 '시너지 요소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성공하면 정확히 반대가 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시너지의 실체란 결국 신규 투자를 정당화하는 논리적인 개념일 뿐 실재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시너지를 맹신하다가는 신규 신입 시장에서 업의 본질을 무시하는 마이너스 시너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욱 크기도 하고.
4.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Top-down과 Synergy 방식의 문제점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곳이 고객이 아니라 경영진의 머리 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을 가리켜 '공급자적 마인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그동안은 일정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기에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기업은 어떻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할까?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긴 하지만 결국은 다시 '고객 중심'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 '고객에게 ~한 문제가 있는데 우리라면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또는 2) '고객은 못 느끼는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해결하면 고객도 좋고 우리도 좋을 것 같다'는 시각이 필요한 것.
고객과 시장에서 출발하라고 하면 흔히들 마켓 리서치를 더 한다거나 VOC를 수집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특히나 두 번째에 언급한 '조직 내적 개방성'은 단순 조직문화가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의사결정자에게 두 가지 과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 의사결정자가 해야할 일
의사결정자는 스스로 능동적으로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을 대면하며 시장을 경험하고 또 기회를 찾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 경영자들이 고객사와 만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조율이 오갔고 얼마나 많은 의전을 따졌는지를 생각해보면 고객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시에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특히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조직 내에서 빠르게 에스컬레이션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트라넷에 '직원 제안'같은 게시판을 만들거나 부서별로 아이디어 nnn개씩 내라고 할당하라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이 고객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최고 경영진과 캐주얼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이것을 상당 부분 실현한 회사다. '5개년 계획'처럼 관료주의적인 관행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고객의 요청사항에 대해 계급장 떼고(?) 논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 ) 또한 고객을 직접 만나서 불만사항을 비롯한 이야기들을 직접 듣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한다는 뜻은 그동안의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서 모험과 혁신 속으로 뛰어든다는 뜻이 된다. 아예 생소한 사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우리가 하기엔 벅찰 것 같은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AWB(Amazon Working Backward)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접근법이다. AWS 뿐만 아니라 Amazon fulfillment, Prime video 등이 같은 맥락이라고 하는데, 관료주의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의 소리를 내부에 전달하는 과정을 시스템화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기업 경영진은 고객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또 사업 아이디어를 가볍게 검증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AWB같이 기업 내부에 당연한 문화와 시스템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서 탄생한 사업들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고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능력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매뉴얼에서는 월 2회, 격주로 'C라운지'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소식은 여기(클릭)를 참고해주세요:)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