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다보니 대표님들의 고충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나 직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서 수동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고 워라밸만 지나치게 따진다는 것.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농업적 근면성이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직장인의 필수 앱이 된 '리멤버' 또한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명함을 입력했다.
▲ 리멤버의 초기 서비스 형태 from Byline Network (byline.network/2020/07/29-72/)
이런 맥락에서 워라밸에만 관심있는 직원들을 보면 대표는 갑갑할 수 밖에 없다. 이럴때 대표들은 두 가지 좌절감을 느낀다.
- 1) 우리 회사 스타트업인거 알고 입사했으면서 니들 너무한다 진짜..
- 2) 나도 월급도 더 주고 사람도 뽑고 싶다. 근데 아직 우리 회사가 듣보인걸 어떡하라고..
1. 화성에서 온 대표, 금성에서 온 직원
몇 년 전에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에서 바클레이즈 벤처 캐피탈과 함께 스타트업 구성원(대표와 직원 포함)들에 대한 심리 검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결론은 '대표와 직원은 상극'이라는 것.
먼저 스타트업 창업자, 대표는 '능동적인 덕후'였다. 빌게이츠의 젊은 시절과 판박이인데 구체적인 특성들은 아래와 같다.
- 특정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 타인에게 무관심한 = 관심있는 것만 관심있는
- 적극적인
- 자기 주도적인
하지만 스타트업 직원들은 매우 현실적인 성향이었다.
- 타인에게 우호적인
- 심리적 거리 유지에 서투른
- 수동적인
- 불안을 잘 느끼는
- 현실적 만족을 추구하는
요약하자면 대표는 자기 분야에 관해서만 능력자인, '게으른 사자'이고 직원들은 무리지어 소소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순둥이 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
사자와 양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대표는 직원을 '스타트업에 안 맞는 의욕없는 인간'으로 볼테고 직원은 대표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표가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일잘러일 가능성이 높고, 일잘러를 골라서 데려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표 마음에 쏙 드는 사람 찾기는 힘들고 찾아도 채용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 모델도 좋고 투자도 꽤 받은 스타트업이 주저 앉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성장과 인력확보라는 두 가지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3. 결국 대표가 해야할 일
스타트업 대표들은 단 한 번의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몇 달에서 몇 년을 고생한다. 겨우 투자자 얼굴 볼 자리라도 생기면 그들의 관심 한 번 끌려고 수도 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직원을 뽑을 때는 어떤가. 길어봤자 한 두달 생각하다가 덜컥 뽑고, 뽑은 뒤에는 직원의 상황이나 생각에 관해서는 나몰라라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이 가진 가장 큰 자원은 결국 농업적 근면성이다. 이 말인 즉슨 직원이 바로 스타트업의 핵심 역량이라는 뜻이다. 직원을 채용하고 동기부여를 유지시키는 것이 투자 유치하는 것보다 백 배는 중요한 이슈다.
몇 달을 밤 새면서 피칭 자료 고치고 또 고치고, 수십 명의 투자자를 만난 후 겨우 한 곳에서 투자를 받듯이 채용도 같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사자와 양이 서로를 극혐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기억하자.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직업상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다보니 대표님들의 고충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나 직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서 수동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고 워라밸만 지나치게 따진다는 것.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농업적 근면성이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직장인의 필수 앱이 된 '리멤버' 또한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명함을 입력했다.
▲ 리멤버의 초기 서비스 형태 from Byline Network (byline.network/2020/07/29-72/)
이런 맥락에서 워라밸에만 관심있는 직원들을 보면 대표는 갑갑할 수 밖에 없다. 이럴때 대표들은 두 가지 좌절감을 느낀다.
1. 화성에서 온 대표, 금성에서 온 직원
몇 년 전에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에서 바클레이즈 벤처 캐피탈과 함께 스타트업 구성원(대표와 직원 포함)들에 대한 심리 검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결론은 '대표와 직원은 상극'이라는 것.
먼저 스타트업 창업자, 대표는 '능동적인 덕후'였다. 빌게이츠의 젊은 시절과 판박이인데 구체적인 특성들은 아래와 같다.
하지만 스타트업 직원들은 매우 현실적인 성향이었다.
요약하자면 대표는 자기 분야에 관해서만 능력자인, '게으른 사자'이고 직원들은 무리지어 소소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순둥이 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
사자와 양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대표는 직원을 '스타트업에 안 맞는 의욕없는 인간'으로 볼테고 직원은 대표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표가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일잘러일 가능성이 높고, 일잘러를 골라서 데려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표 마음에 쏙 드는 사람 찾기는 힘들고 찾아도 채용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 모델도 좋고 투자도 꽤 받은 스타트업이 주저 앉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성장과 인력확보라는 두 가지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3. 결국 대표가 해야할 일
스타트업 대표들은 단 한 번의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몇 달에서 몇 년을 고생한다. 겨우 투자자 얼굴 볼 자리라도 생기면 그들의 관심 한 번 끌려고 수도 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직원을 뽑을 때는 어떤가. 길어봤자 한 두달 생각하다가 덜컥 뽑고, 뽑은 뒤에는 직원의 상황이나 생각에 관해서는 나몰라라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이 가진 가장 큰 자원은 결국 농업적 근면성이다. 이 말인 즉슨 직원이 바로 스타트업의 핵심 역량이라는 뜻이다. 직원을 채용하고 동기부여를 유지시키는 것이 투자 유치하는 것보다 백 배는 중요한 이슈다.
몇 달을 밤 새면서 피칭 자료 고치고 또 고치고, 수십 명의 투자자를 만난 후 겨우 한 곳에서 투자를 받듯이 채용도 같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사자와 양이 서로를 극혐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기억하자.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다.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