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Domain)은 원래 영토나 분야 등을 뜻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주소'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업기획이나 스타트업 실무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비즈니스 도메인(Business domain)은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되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1. 우리가 흔히 쓰는 '시장(Market)'의 의미
흔히 비즈니스 도메인을 '시장'과 혼용해서 쓰기도 하는데 사업기획 실무를 할 때, 혹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만나면 항상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시장'이다.
시장을 정하면 그 속에 있는 고객의 니즈와 우리 사업의 규모와 성장성 등을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니즈'는 전혀 새로운 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 동남아 여행 시장은 존재하지만 '천왕성 여행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업자(공급자)가 존재하고 반대편에 고객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일련의 작용이 일어나는 현장을 바로 '시장(Market)'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미래 언젠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니즈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있다. 그 믿음은 시장이 아니라 미션(Mission), 혹은 비전(Vision)이라고 한다.)
2. 시장과 비즈니스 도메인의 차이
하지만 시장만 있다고 해서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선은 제품/서비스가 존재해야 하며 전후에 달라붙는 수많은 밸류체인이 필요하다.
유통업처럼 밸류체인이 명확하고 잘 발달한 경우도 있다. 반면에 시장을 형성하고 그곳에서 제품/서비스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형성해야 할 때도 있다.
10여년 전 테슬라를 생각해보자.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걸 만든다고 해도 연관된 배터리 산업은 물론이고, 충전 시설과 소비자 교육 등등 산업 전체가 함께 성숙하지 않았다면 애써 만든 전기차를 판매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혁신 산업일수록 단순히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연관된 산업 전체에 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IR에서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한데 매출이 나올까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이렇게 단순 시장을 넘어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 환경 전반을 일컬어 '비즈니스 도메인(Business domain)'이라고 한다.
3. 비즈니스 도메인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
산업 전반의 인프라나 소비자 성숙도 등 비즈니스 도메인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쉽다. 하지만 이건 경쟁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명확한 비즈니스 도메인 내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제품/서비스를 개량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리스크는 작지만 J커브를 그릴 확률이 낮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반대로 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사업을 선택한다면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도메인 자체를 정의하는 것부터 벽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행 로봇을 대량생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의 무슨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까? 수요처는 정확히 어디일까?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세간에서 구글보다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결이 맞다고 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최소한 기계 장치의 대량 양산과 판매에 관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기반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처는 미지수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기 전에 도메인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제품/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고 뛰어나도 수요 사이드에서 생산할 준비가, 공급 사이드에서는 소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브랜드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산업 전반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숙제다. 넷플릭스는 DVD 렌탈 회사였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이런 전략을 실현한 것은 결국 미국 내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충된 이후였다. 아이폰이 정압식 터치, 혹은 물리버튼을 달고 나온 기존 제품들이 충분히 실패한 이후에 세상에 나온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의 시사점이 있다.
연관 산업의 밸류체인 성장, 그리고 고객들의 소비시장 성숙 역시 함께 고민해야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 단순히 나 혼자 제품 잘 만든다고 사업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런 뜻에서 비즈니스 도메인에 관한 고민이 사업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복연 코치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도메인(Domain)은 원래 영토나 분야 등을 뜻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주소'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업기획이나 스타트업 실무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비즈니스 도메인(Business domain)은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되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1. 우리가 흔히 쓰는 '시장(Market)'의 의미
흔히 비즈니스 도메인을 '시장'과 혼용해서 쓰기도 하는데 사업기획 실무를 할 때, 혹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만나면 항상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시장'이다.
시장을 정하면 그 속에 있는 고객의 니즈와 우리 사업의 규모와 성장성 등을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니즈'는 전혀 새로운 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 동남아 여행 시장은 존재하지만 '천왕성 여행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업자(공급자)가 존재하고 반대편에 고객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일련의 작용이 일어나는 현장을 바로 '시장(Market)'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미래 언젠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니즈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있다. 그 믿음은 시장이 아니라 미션(Mission), 혹은 비전(Vision)이라고 한다.)
2. 시장과 비즈니스 도메인의 차이
하지만 시장만 있다고 해서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선은 제품/서비스가 존재해야 하며 전후에 달라붙는 수많은 밸류체인이 필요하다.
유통업처럼 밸류체인이 명확하고 잘 발달한 경우도 있다. 반면에 시장을 형성하고 그곳에서 제품/서비스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형성해야 할 때도 있다.
10여년 전 테슬라를 생각해보자.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걸 만든다고 해도 연관된 배터리 산업은 물론이고, 충전 시설과 소비자 교육 등등 산업 전체가 함께 성숙하지 않았다면 애써 만든 전기차를 판매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혁신 산업일수록 단순히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연관된 산업 전체에 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IR에서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한데 매출이 나올까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이렇게 단순 시장을 넘어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 환경 전반을 일컬어 '비즈니스 도메인(Business domain)'이라고 한다.
3. 비즈니스 도메인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
산업 전반의 인프라나 소비자 성숙도 등 비즈니스 도메인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쉽다. 하지만 이건 경쟁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명확한 비즈니스 도메인 내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제품/서비스를 개량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리스크는 작지만 J커브를 그릴 확률이 낮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반대로 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사업을 선택한다면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도메인 자체를 정의하는 것부터 벽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행 로봇을 대량생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의 무슨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까? 수요처는 정확히 어디일까?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세간에서 구글보다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결이 맞다고 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최소한 기계 장치의 대량 양산과 판매에 관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기반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처는 미지수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기 전에 도메인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제품/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고 뛰어나도 수요 사이드에서 생산할 준비가, 공급 사이드에서는 소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브랜드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산업 전반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숙제다. 넷플릭스는 DVD 렌탈 회사였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이런 전략을 실현한 것은 결국 미국 내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충된 이후였다. 아이폰이 정압식 터치, 혹은 물리버튼을 달고 나온 기존 제품들이 충분히 실패한 이후에 세상에 나온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의 시사점이 있다.
연관 산업의 밸류체인 성장, 그리고 고객들의 소비시장 성숙 역시 함께 고민해야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 단순히 나 혼자 제품 잘 만든다고 사업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런 뜻에서 비즈니스 도메인에 관한 고민이 사업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복연 코치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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