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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무인 밀키트 가게가 망하는 이유

매출 추정 관점에서 분석한 원인 :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동안 우후죽순 생겨났던 무인 밀키트 매장의 폐업이 요즘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관련기사▶ ‘가게 양도’ 한 달 새 3배 늘었다… 거리두기 풀리자 매출 반토막 난 밀키트 매장)

1인 가구의 확산과 코로나 19라는 측면에서 언뜻 보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비즈니스인데 왜 망하는 걸까? 매출 추정을 가지고 간단히 살펴보자.


  • 우리 동네 무인 밀키트 가게 주변에는 아파트 동 10여 개가 있다. 한 동에는 120 가구가 살고,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를 3~4명으로 가정하면 대략적으로 약 4,000명을 시장 크기로 잡을 수 있다.

  • 이들이 한 달(30일)간 먹는 식수를 계산하면 360,000끼(4,000명 X 3끼 X 30일)가 된다.

  • 밀키트 제품 가격이 대략 12,000원 정도(2~3인분 기준)이니 가족 구성원 1인의 끼니당 비용은 4,000원으로 볼 수 있다.

  • 여기까지 종합하면 우리 동네 무인 밀키트 가게가 한 달에 기대할 수 있는 최대 매출은 14억 4천만 원이다. (360,000끼 X 4,000원)
    - 동네 사람들 모두가 한달 내내, 하루 세 끼 이 가게의 밀키트만 사먹을 때의 매출이다. 당연히 현실성 제로다.
    - 보다 설득력 있는 추정을 위해 몇 가지 가정을 추가해보자.

  • 하루 세 끼 중에 아침은 제외하자. 아파트 단지 주거자들은 주로 가족 중심이고 이런 집에서 아침부터 밀키트를 먹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두 끼만 먹는다고 한다면 월 최대 매출액은 9억 6천만 원이 된다. (240,000끼 X 4,000원)

  • 조금 다른 관점에서, 3인 가족이 먹는 1인당 끼니 수를 합하면 총 63끼(3끼X7일X3명)가 된다. 하지만
    1)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므로 부모는 저녁만 집에서 먹는다는 점(63끼 - (2끼X5일X2명))을 생각하면 43끼,
    2) 주말에는 가족 전체가 점심과 저녁만 집에서 밀키트를 먹는다고 가정하면 가구당 식수는 총 37끼(43끼-(1끼X2일X3명))가 된다.

이런 계산을 통해 산정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월 최대 매출액은 약 5억 3천만 원(37끼 X 120가구 X 4,000원)이다. 하지만 이건 굉장히 이상적인 수치일 뿐, 현실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 대체로 밀키트 제품들은 간이 세고 맛이 강하다. 그리고 찌개나 파스타, 고기 등 저녁 식사로 어울리는 메뉴가 대다수다. 따라서 하루 세 끼를 연속적으로 먹기는 다소 힘든 것이 사실이다.

  • 주말 저녁에 마트에 간 김에 사람들을 좀 관찰했다. 주말에 음식 재료를 사가는 사람들(즉, 집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는 사람)과 밀키트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은 20대 1 정도였다.

  • 밀키트를 구매하는 주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4,000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인당 4,000원을 지불하고 밀키트를 먹는 셈이므로 이론상 월 최대 매출액은 6천 4백만 원(4,000명X월 4회X4,000원)이다.

  • 하지만 이 모든 계산에는 우리 동네에 사는 모든 사람이 무인 밀키트 가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이용한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면 몰라도 주택가 상가에 있는 가게가 이와 같은 인지도를 가질 리가 없으니.

  • 인지도와 구매도를 좀 더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정해보자.
    - 최대 잠재 고객의 10%(4,000명 기준, 400명)로 가정하면 월 최대 매출액은 640만 원(400명X월 4회X4,000원)이다.
    - 30%(1,200명)로 가정하면 월 최대 매출액은 1,920만 원(1,200명X월 4회X4,000원)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기타 비용들을 고려해보자.


  • 명확하진 않지만 밀키트 제품을 매입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판매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최대 두 배로 본다면 매출이익은 320만 원(잠재 고객 10%) ~ 960만 원(잠재 고객 30%) 수준이다.

  • 당연히 여기에서 매장 인테리어 등 감가상각비, 홍보비, 카드사 수수료, 임대료, 재고 손실 비용 및 기타 운영비가 추가 비용으로 지출된다. 그리고 나머지가 점주의 이익(혹은 자기 인건비)이라고 볼 수 있다.

  • 여기까지 살펴본 결과, 무인 밀키트 가게의 이코노믹스를 지배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고객의 인지도 및 구매 참여도
    - 구매 횟수
    - 매입 원가, 영업비용 등 : '무인점포'가 가지는 이점은 영업비용의 일부인 인건비 항목에만 의미가 있겠다.

  • 오전 10시부터20시까지 총 10시간을 영업한다고 했을 때, 무인점포가 가지는 인건비 절감 이익은 300만 원에 불과(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320만 원이지만 계산하기 쉽게..)하다. 또한 고객 인지도 및 구매도가 1%가 줄어들 때 잃어버리는 이익은 64만 원에 달한다.

  • 이 말인 즉슨, 고객 인지도가 5% 미만이라면 '무인점포'라는 장점은 전혀 의미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 앞서 인지도를 10%로 가정한 바에 따르자면
    1) 120가구가 매주 한 번은 밀키트를 이용한다는 뜻이며
    2) 이에 따르면 월 매출액은 640만 원, 매출이익은 320만 원이다.
    3) 밀키트 원가가 판매가의 1/3 수준이라고 해도 매출이익은 460만 원에 불과한데,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대략 300만 원 전후일 것이다.

  • 즉, 전체 아파트 고객의 10%가 매주 한 번을 이용해도 인건비가 안 들어서 생기는 수익 정도만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영업 잘하고 주변에 지인이 많아서 인지도가 20, 30%가 되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과연 동네 무인 점포가 이만큼의 접객력이 나올까?


이상 내용을 정리하자면 무인 밀키트 가게 매출의 핵심 드라이버는 인지도와 반복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력이다. 또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기준으로 최소 10% 고객이 매주 구매를 해야 무인 운영에 따른 인건비 절약분 정도가 수익으로 나온다. 이게 과연 1인 가구가 대세라는 이유만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일까?

가정 투성이의 매우 러프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자영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시장 규모 추정과 매출 성장 드라이버에 관한 이해, 수익 규모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확인하는 것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관해 나름대로의 가설을 가지고 시장을 확인해보는 것이 곧 MVP 테스트다.

무인 밀키트 가게든, 다른 사업이든 결국 자기 돈 몇 천만 원씩은 들고 하는 건데 이런 확인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이 복 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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