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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사업전략/기획자본비용 (Cost of Capital)과 경영자의 책임

이복연
조회수 292


얼마전에 사업을 하던 한 후배를 봤다. 성격이나 태도도 괜찮고, 역량도 좋아서 지난 몇 년 투자도 상당히 받고 잘 굴려내는 것 같더니만 사업 정리 단계라고 한다. 투자받고 사업 비교적 잘 굴렸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 아주 큰 급여를 챙겨간 것도 아니고, 온라인 서비스 회사였으니 자산이라고 할 것도 별로 없을 것이라 챙겨나갈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을거다. 퇴직금이라도 좀 가져갈까 싶었더니 직원들 보내고 채권자들 정리해주고 나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작년 투자 받았을 때 까지만 해도 곧 유니콘 될 것처럼 좋아하더니 불과 일년 뒤를 알 수 없는게 창업자 인생이라. 그냥 힘내라 하면서 별 말 없이 밥 한끼 사주고 보냈다. 



나이가 적지 않기에 다시 재기하는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에너지 있는 친구라 또 금방 새로운 명함 가지고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세상 무너지는 표정은 아니었으니 다행이지만, 안쓰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우울증약먹다가 결국 못견뎌냈다는 다른 친구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그보다는 얼굴이 좋았지만 그 속은 아무도 모르겠지. 



그렇지만, 그 후배가 했던 여러 사업적 선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있었을까' 싶었다. 



기업 가치 평가를 할 때는 'Cost of Capital', 즉 자본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사업을 위해 동원한 현금을 어떤 비용을 주고 동원했냐는 것이다. 빚은 계산이 쉽다. 이자가 자본비용이니까. 그런데 명시적인 대가가 없는 '지분투자'의 자본비용을 부채보다 언제나 더 높게 판단한다. 이자가 확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배당 의무가 있는 경우도 별로 없으니 분명 명시적 부담이 더 적은데 왜 지분투자의 자본비용이 더 높을까?



지분투자의 대가는 이자처럼 고정되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수익을 남겨야 얻을 수 있는 잔존가치의 배분이다. 그렇지만 이익의 배분만을 기대한다면 상당 기간 이익이 미미한 스타트업 주식의 매입은 말이 안되는 투자다. 남는게 있어야 배분하는 법이니. 그런데 주주에게는 하나의 권리가 하나 더 있다. 이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서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다. 당연히 큰 돈은 여기서 벌리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경영진은 주식 가격을 계속 높여야하는 압력에 놓인다. 초기 투자자가 원하는 스케쥴에 맞춰 기업 가치가 올라가줘야 후속 투자가 계속되고, 투자자들은 굳이 IPO 가 아니더라도 투자 지분을 회수할 기회가 생긴다. 
공포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악당보다 보이지 않는 위협이 더 공포스러운 것처럼 빚보다 지분 투자가 더 부담스러운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고, 그 리스크가 만들어내는 다이내믹스가 경영진의 어깨를 더 짓누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도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익 할당이 더 크다. 때문에 기업 가치 평가 때 주주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기업 가치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즉, 지분 투자의 대가는 '기업가치의 빠른 성장' 이라는 압력이다. 그런데 경영학에서 빠른 성장이라는 표현은 '더 큰 리스크'라는 말과 동의어다. 
일단 투자를 받으면 창업자가 자기의 꿈을 제대로 펼쳐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기호지세가 되어 결코 멈출 수 없다. 무리해보여서 잠깐 멈추고 점검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경영진이 진짜로 심각하게 멈춰서 살펴보고 속도 조절하겠다면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물리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겠지만, 투자 받은 경영진 역시 스스로 멈출 수 없게 된다. 자기가 얼기설기 만들어 출발한 사업이 실제로 돈이 되고, 그것도 큰 돈이 되고, 하나의 목표만 기한내에 달성하면 더 큰 돈이 된다는 사실이 깨달아지면 투자자가 말려도 덤벼들게 되어 있다. 



때문에 그 후배가 매우 안쓰러웠지만, 그 기업이 쓰러진 이유의 상당 부분은 결국 그의 선택의 결과였다. 기업이란 존재는 리스크와 리턴 사이의 외줄타기지만, 투자를 받겠다고 한 것도 그였고,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평가 받아서 그 높게 평가받은 기대치 이상을 단기간내에 뛰어넘기 위해 무리한 사업 확장을 감행한 것도 그였고, 한 두번 멈춰서서 살펴볼 수 있던 계약들을 마구 진행한 것도 그였고, 사람을 추가로 마구 뽑고, 그를 위해 연봉을 과도하게 높인 것도 그의 결정이었다. 



안타까운 일이고, 경영자 정신을 발휘한 대가에 불과할 뿐 그에게 어떠한 '악의'도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 사태의 피해자인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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