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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조직문화흔한 창업가들의 실수 - 2 : 그 C-Level, 정말 필요한가요?

태원석
조회수 2510

1번 글이라고 써놓고, 일상에 너무 치여서 미루고 미루고 미뤘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시작을 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어나가야지 하는 심적 갈등에 시달리던 중 2시간이 빈 것을 발견, 빠르게 한 번 써내려가 봅니다.


창업계로 넘어온지 어느새 6년, 수많은 팀들을 봐왔습니다.

어떤 경우엔 완전 남으로, 어떤 경우엔 고객으로, 어떤 경우엔 협력사로, 어떤 경우엔 제 팀이기도 했지요.

팀들을 보다 보면 대개의 경우 대표님은 뛰어납니다.

딱 봐도 이력, 경력 빠지지 않고, 수완도 좋아 보이고, 아이디어도 번뜩이고 엄청 성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C-Level을 보면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첫째로 하나는 '과연 그 사람이 여기 필요한가?' 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과연 그 사람이 여기 필요한가?'는 초기 팀에 매우 흔한 유형입니다..

여기도 또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하나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급한대로 C-Level로 앉힌 경우입니다.

C-Level 또는 코파운더라고 흔히들 부르는 사람이 초기 팀에서 맡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그들은 대표이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해당 사업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역량에 부스터를 달아주기 위해 팀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흔한 초기 C-Level이 CTO인 것이지요.

사업모델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역량에 힘을 주고, 이 사업이 매력적으로, 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기 위한 핵심 역량을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정말 많은 경우에 이런 경우를 보게 됩니다.

CTO라고 있는 사람이 경력도 약하고, 뾰족한 이력도 없어 이 사업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 대표이사의 최측근에서 부족한 점을 메우거나 꼭 필요한 부분을 단독으로 캐리해 나가는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경우입니다.

물론 경력이 짧고, 대단한 이력이 없어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마치 어느 집 신동 아이가 나이나 경험에 걸맞지 않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는 것처럼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보통 우리 아이는 그 신동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평범한 우리들이 판단하게 되는 근거인 이력과 경력에 비해 월등한 역량이란 찾아보기 힘든 것이지요.


이런 C-Level은 당장 사업에 대단한 도움이 되지 못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계륵이 되기도 합니다.

역량에 맞지 않는 직함과 지분을 갖게 되어 그를 대체할만한 능력을 가진 팀원이 들어오게 됐을 때 쉽게 대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투자를 유치할 때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게 되기도 하죠.

역량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저 초기에 C-Level의 타이틀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수%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그 팀이 그나마 쌓아올린 기술적 지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하기 매우 번거로워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이 시점이 되면 그보다 나은 역량을 가진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야 사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대체하거나, 자발적으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륵이 되는 시점은 의외로 매우 빨리 오기 때문에 역량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섣불리 C-Level 타이틀을 주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두 번쨰 유형은 지금 사업 단계에는 불필요한 C-Level을 마침 적절한 사람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급하게 끌어들여 C-Level로 앉히는 경우입니다.

시제품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CMO가 있는 팀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아직 팔 물건이 없는데 CMO가 있는 경우, 아직 직원이 많지 않은데, HR 헤드가 있는 경우, 아직 큰 투자 유치도 하지 않았는데 CFO가 있는 경우 등,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좀 뻔하게 이상한 경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꽤 흔합니다.


이런 경우가 흔한 이유는 보통 어떤 유능한 사람을 어쩌다 만나게 됐는데, '내가 지금 이 사람을 붙잡지 않으면 이런 사람을 또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필요해졌을 때는 잡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잡아놓고 빠르게 그 사람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지요.


이런 경우는 대개의 경우 잘못된 판단입니다.

첫쨰로, 그런 상황에서 그 자리를 수락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렇게 역량이 뛰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웬만큼 판단력이 있다면, 그 회사의 현재 상황에서 자기가 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가 꼬신다고 기꺼이 월급루팡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역량이 뛰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량이 뛰어나다면 그럴 시간에 자기가 만족스럽고 이력을 키울 수 있는 자리 제안이 많이 들어올텐데, 그럴 수 있는 시간에 월급루팡노릇을 할 가능성은 낮지요.


둘째로, 세상에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많고, 그들이 정말 신나게 일할만한 상황이 되면 설득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우리가 지겹게 들어온 '세상에 인재는 많지 않다'와 같은 말은 스타트업 레벨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Pre-A 단계에서 필요한 역량은 확실히 Series-A 단계로 회사를 끌어올리는 거고, 그 다음에는 Series-B로 밀어올릴 역량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뽑아서 20년 뒤에도 이 회사에서 C-Level을 맡고 있을 사람은 찾는 것도 불가능하고, 계속 데리고 있기도 어렵습니다. 헛된 로망에 불과할 뿐입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사람을 빠르게 찾아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게 중요한데,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즐겁게 일할만한 상황인 회사를 만나면 본인도 '이 회사는 나와 급이 맞다'는 판단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선 조건만 큰 차이가 없다면 빠르고 손쉽게 설득하는게 가능합니다.


셋째로, 그런 사람을 마주쳤을 때의 회사 상황과 그 사람이 진짜 필요해질만한 수준이 됐을 때의 회사, 시장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드 단계에서 Pre-A에 필요할 사람을 미리 뽑았는데, 그 사이에 Pivot을 해서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져 그 사람의 역량과 핏이 맞지 않게 된다든가,

그 과정에서 채용한 다른 사람들의 역량이 그 사람의 역량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는다든가 하는 상황입니다.

그 사이에 대표님의 역량이 커져서 해당 업무를 혼자서도 해결 가능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일들은 너무나 흔하고, 결과적으로 거기까지 가는 시간동안 지출한 인건비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에서 미리 뽑아놓은 C-Level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대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간 지출한 그 사람의 인건비, 어쩌면 미리 양도한 구주, 모두 무용지물이 됩니다.

또 주변에는 멀쩡한 C-Level 데리고 있더니만 결별하는걸 보니 대표이사의 판단력이 떨어지는군- 하는 식으로 평판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합니다.

운이 좋다면 기꺼이 물러나겠지만, 그보단 회사 분위기도 망쳐놓고, 온갖 진통을 일으킨 후에야 나가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그러니 급하게, 미리 C-Level을 뽑아놓는 것은 보험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냥 여러가지 낭비와 문제를 일으키기만 하는거지요.

팀 빌딩을 하실 때 꼭 깊이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이 C-Level은 과연 내게 필요한가?


대부분 그 C-Level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창업자의 원맨쇼로 충분할만한 일이죠.

본격적으로 C-Level이 필요해지는 시점은 훨씬 뒤의 일이고요.

그 때 되면 C-Level이 꼭 있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어차피 하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은 대표님이 좀 더 고생하시더라도 그냥 밀고 나가시는게 좋습니다.

초기에는 대표이사 + 소수의 직원 +약간의 외주 이상의 팀을 만들지 않는걸 권해드립니다.


다음번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인, '그 C-Level, 그렇게 다루는게 맞나요?'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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